언어를 사용하는 네 가지 방식, 즉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중에서 듣기 능력에 대해 고민을 해본 적이 있는가? '듣기 교육'을 말하면, 먼저 외국어 듣기 교육이 떠오른다. 기억을 차근차근 더듬어 보아도, 학창시절에 국어 듣기에 대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곳도 국어 듣기에 대한 과정을 다루지 않는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가장 처음 배우는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바로 '듣기'이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중 '듣기'는 46%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말하기가 약 30%, 읽기가 약 15%, 쓰기가 약 9% 정도 순이다. 여기서 언급한 수치를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부분 사람이 말하기, 듣기보다 쓰기, 읽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자신의 듣기 실력이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불만은커녕 오히려 자신의 쓰기'읽기 실력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을 뿐이다.
◆듣기도 훈련해야 한다.
잘 듣는 것은 "조용히 하면 된다.", "예의 바르게 들어야 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대화가 실패하는 원인도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질문에 대해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서로 대화를 하던 도중에 어떤 생각이 불쑥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재빨리 말을 꺼내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도, 예의 바르게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불쑥 끼어들지 못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불쑥 떠오른 자기 생각만 곱씹으며 끼어들 틈만 노리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말이 다른 결론으로 흘러도, 어떤 말도 귀에 담지 않는다. 결국, 서로는 엉뚱한 말만 주고받으며 혼잣말 같은 대화를 계속할 뿐이다.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한 채 말이다.
사실 읽기, 쓰기보다 듣기, 말하기가 더 어렵다. 전자와 달리 후자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진행되고, 생각하고 다시 고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는 약점도 있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듣기도 훈련을 해야 한다. 특히 말로 이뤄지는 강연이나 강의 같은 경우, 더더욱 절실하다. 사람들 간의 만남이나 학습도 따지고 보면, 듣기와 관련되어 있다.
◆잘 듣기 위한 훈련 방법
인터넷의 발달로 좋은 강연이나 강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같은 강연 프로그램을 듣기 훈련에 활용한다. 이 훈련을 할 때, 동영상을 보면서 기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못 듣고 넘긴 내용이 있어도 다시 되돌리거나 멈추지 말아야 한다. 강사가 한 말을 받아쓰듯이 빠르게 요약하고 재빨리 적는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두 적었다면, 이제 두 번째 기록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첫 번째 필기가 강의 시간 동안 흐르는 내용을 순서대로 요약했다면, 이번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적어야 한다. 기억을 더듬어 가며 두서없이 적었던 내용을 보충하고, 주제, 키워드 등을 찾아 적는다. 결론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간단하게 도식화하는 것도 개념 정리에 아주 중요하다. 특히, 강사가 자기주장을 설득하기 위해 설명한 이유, 사례, 증거 등을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의견을 적어야 하는데, 이것은 다른 종이를 활용한다. 강사와 자기 생각이 섞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 것과 비판 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것에 대한 객관적 이유도 제시해야 한다. 이 기록물은 강의에 대한 객관적 내용과 결론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적으면서도 자신의 감상을 적는 곳이 아님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이런 훈련이 반복되면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고, 분석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결국, '듣기'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했지만, 쓰기로 끝을 맺었다. 이런 점을 볼 때 듣기는 말하기와 짝을 이루면서도 쓰기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즉, 잘 듣지 못하면, 제대로 대답할 수도 없고, 기록을 남길 수도 없다.
듣기 능력은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듣기 능력을 사교 모임에서 발휘한다면 상대방과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고, 강의, 강연이라면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공부든, 장사든,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를 잘하면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듣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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