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 캠퍼스에는 특이한 협동조합이 성업하고 있다. 바로 학생들이 택배 보관 서비스를 하는 '다솜협동조합'(이하 다솜조합)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이 조합이 주목받는 것은 교내 1호 협동조합이면서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수익도 돌려주는 새로운 사업모델이기 때문이다.
다솜조합은 지난해 7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부터 3개월가량 기획과 준비작업 등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기존 택배 보관 업무는 개인사업자의 몫이었다. 택배사로부터 택배를 받아 기숙사 옆 컨테이너에 보관하고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전달해왔다. 하지만 개인이 보관해주는 조건으로 택배사에 수수료를 요구하다 보니 택배사와 갈등을 빚었다. 급기야 일부 택배사 물품만 보관했고 나머지 택배사는 기숙사 앞에 트럭을 세워놓고 학생들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기숙사 문 앞에 물품을 쌓아놓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황하철 대구가톨릭대 기숙사 관장은 "비가 오기라도 하면 학생들이 물품을 찾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았고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해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황 관장은 택배 보관 업무를 학생들에게 맡기는 협동조합 방식을 제안했고 금용필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교수가 이를 사업화했다.
7~9명으로 구성된 조합원은 모두 재학생으로 대부분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당번을 정해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기숙사 한쪽에 마련된 택배보관실에서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그런 뒤 평일에는 오후 5~7시, 토요일에는 오전 11시~오후 1시에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택배를 전달하고 있다. 다솜조합 이사장인 송우현(27'4학년) 씨는 "택배사들로부터 받은 일정 수수료를 시급 형태의 장학금으로 받고 있으며 나머지 수익금은 기숙사 장학금으로 적립돼 다른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뿌듯해했다.
다솜조합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반응도 무척 좋다. 2학년 송영복(23) 씨는 "보관 업무를 같은 입장의 학생들이 하다 보니 관리를 꼼꼼히 하고 학생증을 일일이 살피는 등 확인 작업도 철저히 해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음식물 등 유통기한이 짧은 택배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주고 있다. 송 씨는 "택배사들도 편하게 물품을 맡기고 학생들도 편한 시간에 물품을 찾을 수 있어 민원이 사라졌다"고 했다.
다솜조합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피드백을 받고 택배 접수 프로그램을 설치해 방학 기간에는 송장을 접수하면 택배를 보내는 업무도 해주고 있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와 성과로 지난해 9월 경산시로부터 '2016 경산시 청년CEO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황 관장은 "택배 대리 수령이라는 좁은 의미가 아닌 학생들이 대학에서 직접 협동조합을 배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학생들에게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더 좋은 모델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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