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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상호 신뢰의 디딤돌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우리에게 '비엔나커피' '비엔나소시지'로 알려졌고 음악의 도시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 세계를 통틀어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올해까지 연속으로 8년째 유지하고 있다. 물론 조사 기관에 따라 1~3위를 오르내리지만 대체로 세계 최고의 도시라는 점에서 이설이 없다. 과연 무엇이 비엔나를 세계 최고의 도시로 만든 걸까? 그에 비해 서울은 2017년 기준 86위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기준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 짧은 지면이나마 비엔나의 근황을 살펴보자.

비엔나는 정치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다. 20여 년 전부터 좌파 사회민주당이 우파 국민당과의 연정 속에서 합의에 의한 정치를 해왔다. 대개 사민당이 우위에 있지만, 국민당이 사민당을 견제하고 상생하는 모양새이다.

인구는 170만 명으로 주거 환경과 교통 인프라 등이 최고 수준이다. 특히 교통은 자가용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각종 교통수단이 거대한 톱니바퀴 물리듯 유기적으로 결합해 있다. 대중교통으로 비엔나 어디든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식료품 같은 생필품은 저렴하고 물가는 다른 서유럽에 비해 비싸지 않다.

교육과 복지 역시 다양한 선택과 혜택을 준다. 교육은 특히 직업교육이 강해 직업학교 진학률이 45%이며, 대학 진학률은 전체 학생의 30%에 지나지 않는다. 그 외는 모두 직업학교 혹은 (고등)직업전문학교, 예술학교 등으로 진학한다. 맹목적인 대학 진학이 능사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곳이다. 복지는 각종 수당이 주를 이룬다. 가족지원금, 취학수당, 양육수당, 학생수당, 실업수당, 출산수당, 연금 등의 수당 속에 사는 시민들에겐 빨리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없다. 주거 지원도 시(市)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인 '게마인데 보눙'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요즘 비엔나는 월세 임대료 상승이 큰 사회 문제로 꼽힌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청년들은 5'5운동을 하고 있다. 거주 면적 5평을 5유로에 임대하라는 운동이다.

문화, 예술, 관광 역시 유럽 최고 수준이다. 1년 내내(여름 7, 8월 제외) 국립오페라하우스는 매일 공연을 열고 빈 필하모니의 '무지크 페어라인' 공연장 역시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빈다. 비엔나는 동유럽과 중'서유럽의 교차로여서 관광객들이 늘 넘쳐나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카페 문화의 분위기와 시내 도심의 다양한 축제가 비엔나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비엔나를 세계 최고의 도시로 만든 이유 하나만 꼽으라면, 시민들의 강력한 사회질서 의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보기엔 숨 막힐 정도로 잘 짜인 그물 같다. 그러나 그곳에서 3년만 살아보면 그 그물이 얼마나 편안한 것인지 금세 알아차린다. 그 편안함은 서로 신뢰하는 믿음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가 바로 비엔나를 세계 최고의 도시로 만든 디딤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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