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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숨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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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보다 물질을 먼저 배운다는 해녀(海女)는 매순간 삶과 죽음의 교차점을 마주한다. 극한의 생활전선에 몸을 맡긴 해녀의 운명이다. 초보 해녀가 고참 해녀에게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전복, 해삼을 잘 따는 기술이 아니다. '물 숨을 조심하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듣는다. 물 숨은 숨을 참지 못하고 바닷속에서 먹는 숨이다. 해녀들은 물 숨을 먹지 않게 숨의 길이를 조절하는 법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해녀가 자맥질 후 물 위로 떠올라 참았던 숨을 내쉴 때 "호오잇" 휘파람 불듯 소리를 낸다. 이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방송작가 고희영은 '물 숨-해녀의 삶과 숨'에서 숨을 멈춰야 살 수 있는 해녀의 세계와 물 숨에 관해 자세히 기록했다. 숨을 오래 참다가 수면에 올라올 때 산소가 부족하면 정신을 잃게 된다. 숨의 경계를 넘어선 탓이다.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 한계를 넘어선 대가는 크다. 제때 숨을 고르지 않으면 삶은 불투명해진다.

하루 7~8시간의 자맥질에서 숨을 참고 고르는 일은 해녀가 매순간 맞닥뜨리는 삶의 의식이자 죽음의 경계를 피해가는 방어 양식이다. 내지르는 숨비소리는 일종의 본능적인 조절이다. 회복과 피난(避難)이다. 해녀가 숨을 고르지 않으면 더 이상 물질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녀의 물 숨에 결코 바다에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담겨 있듯 세상의 모든 일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그저께 트위터에 언급한 '퀘렌시아'(Querencia)의 의미도 해녀의 숨으로 치면 숨비소리와 같다. 스페인어로 퀘렌시아는 투우장에서 지친 소가 가쁜 숨을 고르고 힘을 모으는 장소다. 소가 본능적으로 아는 공간이지만 사람은 모른다. 비단 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비밀의 공간, 퀘렌시아가 있다.

오늘부터 제19대 대통령 선거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22일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고 유권자에게 강한 믿음을 주느냐에 따라 운명은 갈릴 수밖에 없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완성이기 앞서 냉혹한 정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시간도 있다. 각 후보마다 차분히 숨을 고르고 등을 기댈 수 있는 벽, 퀘렌시아를 찾기를 기대한다. 치열한 '표의 전장'에서 잠시 벗어나 가쁜 숨을 고르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말이다. 이는 후보 자신에게도 중요한 일이지만 국가와 국민, 우리 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의미 있는 치유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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