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창] 표류하는 포항시 인권 기본 조례안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를 '인권'이라고 한다. 인권은 다른 사람이 함부로 빼앗을 수 없고,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데, 이를 천부인권이라고도 한다.

이 땅에는 피부색, 성별, 신체적 특징 등에 따라 부당하게 대우받거나 차별받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차별을 방지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려고 제도와 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엔은 1948년 '세계 인권 선언'을 선포하면서 인권을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인 권리로 채택했다. 특히 유엔 헌장에서는 "인종'성'언어'종교에 상관없이 인간의 권리와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하고 준수할 것"을 서약하고 있다.

포항에서 최근 인권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와 기독교계가 마찰을 빚고 있다. 바로 지난 18일 폐회된 제238회 포항시의회 임시회에서 지난 3일 입법 예고한 '포항시 인권 기본조례안'이 철회된 것을 놓고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지역 장애인부모회 등 13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포항시민네트워크는 시 조례로 통과가 좌절된 포항시 인권 기본조례안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포항시민네트워크는 포항시 인권 조례 제정을 위해 지난해부터 지속적 논의와 워크숍, 시민토론회를 추진하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따라 인권 조례안이 이번 시의회서 통과될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포항 기독교계가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빌미가 된다는 우려 때문에 조례안 제정을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포항시민네트워크는 "포항은 장애인, 아동, 여성, 이주인, 노동자 등이 약자,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있고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에 비춰 지속적인 인식 개선과 인권보장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인권 기본조례안은 동성애를 합법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는 달리 아동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으로 동성애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독교계는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인권으로 정의하고 동성애 옹호활동을 할 것이 뻔해 건전한 성 윤리와 사회적 규범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하게 반발, 포항시의회를 항의 방문해 결국 이를 철회시켰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본적인 인권 보호도 반드시 실천돼야 하지만 사회적 규범도 지켜져야만 마땅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동성애나 트랜스젠더 같은 성 소수자보다는 장애인, 여성, 아동,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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