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왜 도쿄 올림픽 때 새 헌법을 시행할까?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일어일문학 문학박사. 국경없는 교육가회 기획홍보특보. 수필가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일어일문학 문학박사. 국경없는 교육가회 기획홍보특보. 수필가

1964 도쿄 올림픽 쇼와시대 상징

패전 역사 딛고 선진국 입성 계기

日 2020년 또 한 번의 올림픽 통해

전 세계 향해 새 시대 맞는 퍼포먼스

2016년 리우 올림픽 폐막식 최고 하이라이트는 아베 마리오의 등장이었다. 아베 총리가 마리오로 변신해서 경기장에 등장하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폐막식 후 아베 총리는 "4년 후 도쿄 올림픽에서, 이번에는 우리가 감동을 전할 차례"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일본은 이렇게 유쾌하고 창의적인 퍼포먼스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홍보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의 현행 헌법 시행 70돌을 맞이한 지난 5월 3일, 아베 총리는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일본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2020년을 새 헌법이 시행되는 해가 되게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2012년 아베는 재집권 후, 개헌을 해야 한다고 수차례 밝혀왔지만 그 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지목했을까.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말한 '감동'은 이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여론조사를 통해서 쇼와시대를 상징하는 가장 큰 사건으로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꼽았다. 전후 부흥에서 고도성장으로 이어지는 상징적 존재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은 전쟁이 끝나고 20년도 채 되지 않은 해에 개최되었다. 전쟁에 패한 후 주변국의 전쟁을 발판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일본이 또다시 국제사회의 중심으로 부활하는 원동력을 여기서 찾았다.

올림픽 유치 성공은 그해 4월 OECD 가맹을 인정받는 큰 힘이 되었다. 이것은 일본이 패전의 역사를 딛고 선진국으로 입성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올림픽 중계는 인공위성을 통해서 미국으로 전신되었다. 세계는 일본을 전범국이 아니라 친절하고 깨끗한 문화 대국, 스포츠 대국으로 보기 시작했다. 올림픽 개최 9일 전 도쿄에서 오사카를 잇는 신칸센이 달리기 시작했다. 일본이라고 하면 후지산을 배경으로 신칸센이 달리는 사진을 떠올리는데, 이것 역시 올림픽 이후 만들어진 그림이다.

마지막 성화 봉송자도 특별했다. 당시 19세의 사카이 요시노리(坂井義則)가 선발된 것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고 1시간 반 후에 태어난 청년이기 때문이다. 그는 피폭자가 아니지만 그의 아버지는 피폭자였다. 여하튼 원폭이 투하된 날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젊은이가 푸른 하늘 아래에서 성화대의 계단을 향해 뛰어올라가는 모습은 바로 일본의 부흥과 평화를 상징했다. 전쟁의 아픔, 어둠의 역사를 한 청년을 통해서 벗어던지고 일본은 새 시대를 맞이하는 퍼포먼스를 전 세계에 보인 셈이다.

아베 총리는 '국제분쟁 해결수단으로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평화헌법 9조를 남겨둔 채 자위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조항을 넣는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개헌안을 작성하고 심의한 다음 중참 양원 본회의 표결 그리고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여하튼 2020년까지 헌법을 개정해서 자위대를 합법화하겠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은 일본이 선진국으로 급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2020년은 새 헌법 시행을 지향하는 데 적합하다." 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2020년 올림픽에서 전직이 아닌 현직 총리로 개막식에 앉아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통해서 2차 대전 패전국에서 벗어난 일본을 전 세계에 피로(披露)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통해서는 어떤 일본을 보이고 싶은 것일까. 미 군정하 공포한 일본국 헌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 문제로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아베의 주장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궁금하다.

오늘은 우리의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날이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강한 리더십을 가진 자들이 으르렁거리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현명한 새 대통령을 맞이하고 싶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