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승의 날, 교육현장 묵묵히 지키는 교사 2人

이화숙 대구 북동초 교사, 정성욱 울진 원자력고 교사

지난해 스승의 날 이화숙(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교사가 북동초 적십자 학생들과 함께 대구시교육청에
지난해 스승의 날 이화숙(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교사가 북동초 적십자 학생들과 함께 대구시교육청에 '꽃 달아주기' 행사를 왔다가, 1986년 첫 발령지 대산초교 제자들의 '깜짝 방문'을 받고 전'현 제자들과 함께 추억을 남겼다. 이화숙 교사 제공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 정성욱(왼쪽에서 세 번째)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 실습실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들은 임시휴일인 지난 9일에도 학교에 모여 기능대회 출전을 위한 연습에 한창이었다. 신동우 기자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 정성욱(왼쪽에서 세 번째)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 실습실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들은 임시휴일인 지난 9일에도 학교에 모여 기능대회 출전을 위한 연습에 한창이었다. 신동우 기자

해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 오면 교육에 대한 관심과 반성이 모아진다.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것은 이미 옛말이 됐고, 교단의 권위 또한 흔들리고 있다. 입시에 매몰된 교육 환경 탓이라지만 사제 간의 관계도 돈독함을 말하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끝까지 무너져서는 안 될 교육의 현장을 지키는 선생님들이 많다. 곳곳에서 학생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솔선수범의 감화력을 풍기는 분들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묵묵히 학생만을 생각하면서 지내온 날들이 카네이션 향기처럼 퍼져 나간다. 2017년 스승의 날을 맞아 12일 대통령 표창을 받은 대구경북의 선생님 두 분을 소개한다.

◆이화숙 대구 북동초 교사

#변두리 학교에 31년째 행복바이러스 전파

'일을 꿈처럼' 자세로 재직

학교에선 '상담 박사' 통해

야간 상담·부모동행수업

다문화 부모의 버팀목 역할

교직생활 권태기 한 번 없어

"제자 행복한 성장에 힘 얻어"

"내가 만난 학생들이 나로 인해 좀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세계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화숙(54) 교사가 근무하는 대구북동초등학교는 달성군 논공공단 농'산촌 지역의 열악한 환경에 있다. 전교생 370여 명 중 다문화 학생이 15%인 69명이나 되고, 저소득층'결손가정 등의 학생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이곳에서 이 교사는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대구교대 4년제 1회 졸업생인 이 교사는 올해로 교육경력 31년째를 맞는데, 거쳐온 대부분의 학교가 대구에서도 변두리에 있었다.

"1986년 초임 발령이 대구서 가장 많은 영세민이 사는 지역인 대산초등학교였어요. 보육원 출신 뇌병변 아이가 보내오는 미소를 보며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으로 학교를 천직으로 생각했어요. 아이를 가르치며 '일을 꿈처럼'이라는 말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아이를 가르치는 일을 대가를 바라는 일로 받아들이면 금방 지치고, 나의 자아실현을 돕는 꿈이라고 생각하면 보람으로 승화된다는 것이다.

그는 교단에서 보낸 지난 30년 동안 권태기 한 번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하는 것에 힘이 난다고 했다. 연구 장학활동, 인성교육 실천, 봉사활동, 지역사회 의식계몽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멀티플레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에너지인 셈이다.

북동초는 논공공단에서 일하는 결혼이주여성이 많아 다문화 학생 비율이 유독 높다. 외국에서 온 어머니들이 근무가 끝나길 기다려 야간 가족 상담을 하고 다문화동아리 활동, 김장'송편 만들기 등 부모동행 수업을 통해 다문화연구학교의 모범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다문화 부모들이 이 교사를 보려고 스스럼없이 교실을 찾을 정도다.

그는 학교에서 '상담 박사 교사'로 불린다. 대학원에서 배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반을 가리지 않고 불우한 환경에 처해 있거나 심리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친자식처럼 사랑으로 대한다. 분노조절장애 학생도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을 시켜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도록 북돋워 졸업 후에도 감사 인사가 끊이지 않는다.

이 밖에도 이 교사는 도덕과 수업 연구교사, 협력학습지원단 장학요원으로 동료교사의 교실수업 개선에 멘토로 활동하고 학생들의 인문독서토론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어린이 적십자 지도교사 전국협의회 초등부 회장 역을 맡아 인도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사랑과 봉사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또 교육복지 상담 지원, 평생학습 지원, 조손 관계 회복을 위한 1교 1노인정 결연 등 인성교육 활성화에도 공을 들여왔다.

"아이들을 대하는 진심은 꼭 통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나를 버리지 않는 한 행복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괴짜 선생으로 현장에 남고 싶은 것이 간절한 소망입니다."

◆정성욱 울진 원자력고 교사

#하루 16시간 학생지도, 전국 기능대회 평정

우연히 시작한 야학 봉사

보람 느껴 교직 입문 계기

'할 수 있다' 자부심 심어줘

기능·발명대회 출전 독려

지도한 학생들 매년 수상해

심사위원 된 제자도 만나

"학교가 아니라 공장 같죠? 그래도 여기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우리나라 산업의 기둥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람되는 곳이 또 있을까요."

경북 울진군에 있는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 정성욱(43) 교사는 매일 새벽 6시면 학교에 온다. 해가 채 뜨기 전 학교에 들러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을 깨우고 함께 운동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는 공장처럼 꾸며진 실습실에서 온종일을 보낸다.

일과를 마치는 시간은 보통 저녁 10시. 하루 일과가 지나고도 짬이 나면 으레 실습실에 들려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 당연해졌다. 수업과는 별개로 각종 기능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다. 처음 교직에 몸 담은 이후 제자들을 이끌며 각종 기능대회를 평정해온 정 교사는 이미 대한민국 기능장들의 맏형으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너도 이만큼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대회에 출전하도록 했죠. 제자들이 각종 대회에서 수상 경력을 쌓아갈 때마다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처음 대학을 진학할 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교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계공학도의 길을 걸으며 우연히 인근 야학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인생을 바꿔놓았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의 보람을 느낀 이후 자연스럽게 교직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정 교사는 2000년 구미 금오공고에서 처음 아이들을 가르치며 발명'봉사동아리의 지도교사를 자청했다. 능력 있고 끼 있는 아이들이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의 열정 덕분인지 2002년 처음 경북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동상을 따낸 이후로 정 교사가 지도한 학생들은 매년 수상을 놓친 적이 없다. 2014년 지금의 학교로 옮긴 뒤로도 지난해 전국 기능경기대회에서 용접 부문 동메달과 장려상을 받는 등 화려한 대회 전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영광은 학생들의 차지였지만, 뒤에서 묵묵히 학생들의 서포터하며 정 교사 역시 발전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기능장이 되고 숙련기술인 자격을 획득하는 등 저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 저도 그 아이들에게 기술을 배워 기능장 시험에 합격했을 정도랍니다."

정 교사의 제자들은 현재 산업 각지에서 나름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과거 자신이 지도하고 함께 대회를 준비한 학생들이 다시 해당 기능대회의 심사위원이 돼 재회하는 '청출어람'의 경우도 심심치 않다. 지난해는 자신의 제자 중 한 명이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대한민국 인재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어엿한 기술인이 된 옛 제자들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돼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딱히 수상의 영광이 없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을 관찰하고 스스로 해답을 내놓는 그 과정이 바로 제가 아이들과 함께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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