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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의 에세이 산책] 연상녀에 대한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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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6살 에마뉘엘 마크롱은 24살 연상의 연극 선생님이었던 버리짓 트로뉴에게 "당신과 반드시 결혼하겠다"고 했다. 트로뉴는 2005년 52세의 나이로 세 명의 자녀를 둔 결혼을 정리하고 마크롱과 결혼했다. 프랑스 대통령 당선 직후 열린 집회에서 마크롱은 자신의 손주를 무대로 올라오게 했다. 트로뉴가 전 남편과 낳았던 자식이 낳은 아이였다. 한편으론 감동적이었지만 트로뉴의 모습은 마크롱의 어머니처럼 보였고, 손주는 자식처럼 보였다. 마크롱과 트로뉴의 나이 차는 나와 어머니의 나이 차와 같다. 어머니는 나를 24살에 낳았다.

트로뉴를 보며 나는 왜 어머니를 떠올렸던 것일까. 나보다 나이가 스무 살 이상 많은 여성에게서 '어머니'나 '선생님'을 자동적으로 연상하기 때문에, 이 장면이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트로뉴는 선생님이었고, 아이 셋을 가진 어머니이기도 했기에 이런 연상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연상녀에 대해 어머니를 '자동적으로' 연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니 문제가 되는 연상은 연상(年上)이 아니라 이런 연상(聯想) 작용인 것이다.

연상녀에게서 어머니를 연상한 후. 어머니와 결혼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기에 연상녀와 결혼하는 것도 어색하다는 식으로 이어지는 도식은 비합리적인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도 있다. 이 도식에 연상녀 대신 연상남을 대입했을 때, 여성이 24살 연상남과 결혼하는 것이 남성이 24살 연상녀와 결혼하는 것만큼이나 어색하다고 느껴지는가? 연상남은 '아버지'를 연상시키고, 그래서 아버지와 결혼해서는 안 되기에 연상남과 결혼하는 것도 어색하다는 결론이 직관적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지는가?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부인인 멜라니아는 각각 1946년생, 1970년생으로 마크롱과 트로뉴의 나이 차와 같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멜라니아가 24살 연하라는 사실이 문제가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연상녀에 대한 연상은 연상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대칭적이고 불평등하다.

"나는 내 인생을 위해 싸워왔다. 그건 쉽지 않고, 눈에 뻔히 보이는 자동적인 인생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성의 방식과도 달랐다." 중도 노선인 마크롱의 승리는 우파이면서 동시에 좌파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자동적인 연상에 지배받았다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연상녀에게 어머니를 떠올리는 구태의연한 연상에 지배받는 한 불가능한 결혼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 자신을 나도 모르게 지배하는 자동적 연상과 끊임없이 싸우지 않으면 불평등과 거짓, 혐오, 편견을 낳는 연상에 지배될 수밖에 없다. 실직은 무능이 아니다. 지방은 시골이 아니다. 무학은 무식이 아니다. 노조는 귀족이 아니다. 보수라고 다 적폐가 아니고, 진보라고 다 빨갱이가 아니다. 연상녀라고 모두 어머니가 아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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