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새로운 지도자의 탄생

평양고등보통학교
평양고등보통학교'연세대(영문학)'보스턴대 대학원(철학박사) 졸업. 전 연세대 부총장. 현 태평양시대위원회 명예이사장

대통령 선거 재기는 하늘 별따기

총선 승리로 '정치인 문재인' 굳혀

촛불시위 이어지며 대세론 등장

새누리 두동강 나 흐름 꺾지 못해

지난 5월 9일에 있었던 19대 대통령 선거가 뜻밖의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연일 촛불시위가 계속되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등장하였다. 그는 5년 전에 출마했다가 패배하였는데 "이 참패가 모두 제 탓입니다"라고 대선 직후에 실토한 바 있다. 김대중, 이회창이 재수를 하여 출마했지만 다 실패했고 오로지 김대중만이 삼수로 성공한 사실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번째는 안 된다"라고 믿고 우리는 문재인의 재기를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사실상 대통령 출마가 매우 힘든 일인데 한 번 실패한 후보가 또다시 공천을 받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일과 비슷하다고 유권자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은 어떤 요술을 구사하여 야당의 당수가 되었고 그 야당이 김종인을 영입하여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맡김으로써 새로운 정당처럼 거듭나는 기적을 이루어 총선에서도 성적이 매우 훌륭하여 문재인이 한 정치인으로서 그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함께 정치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안철수가 뛰쳐나와 새살림을 꾸리게 된 후에 있었던 총선이지만 뜻밖에도 전라도 사람들이 문재인을 버리고 안철수에게로 달려와 "호남의 인심은 이제 문재인을 떠났으니 발버둥쳐도 별수 있겠나"라는 말이 나돌았고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처럼 되고 말았다.

박근혜가 최순실과 비선으로 둥지를 틀어 재미를 본 것도 사실이겠지만, 그 비선이 박근혜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요동치는 바람에 대통령 자신이 국민의 동정과 도움을 바라는 마음으로 작년 10월 25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는 가운데 최태민 딸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청와대에 비선이 있음을 자기 입으로 고백하였으므로 벌집을 쑤신 듯이 조야가 어수선한 가운데 끈질긴 민중의 촛불시위에 직면하게 된 것이었다. 그 촛불시위가 국민의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었지만 정치꾼들은 그것을 각자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뜻으로 덤벼들어 청와대의 위기가 시시각각 심각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대통령 박근혜는 속수무책이었고 대통령은 마음속으로 '설마설마'했을 것이다. 그러나 친박 비박으로 짝 갈라진 여당은 결국 무너지기 시작하여 30여 명의 의원이 탈당하였고, '바른정당'을 만들어 딴살림을 시작하였는데 야당은 때를 놓칠세라 급한 마음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두 동강 난 사실이 얼마나 큰 비극을 몰고 올 것인지 미리 내다본 사람은 없었다. 박근혜도 모르고 새누리당도 몰랐다. 만일 탈당하여 바른정당을 만든 의원들이 동조하지 않았으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없었는데 모두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방심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은 비박을 설득할 생각도 전혀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었다가 당한 셈이다.

그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뒤에야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대거 대한문으로 모여들어 때로는 촛불시위자들의 수를 능가하게도 되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던 것이다. 문재인은 모든 정치력을 동원하여 촛불시위가 자기를 위해 주말마다 벌어진 것이라는 억설을 펴기에 이르렀고, 대선의 판세는 처음에는 안철수가 용전분투하면 문재인을 이길 수 있으리라는 희망적 관측이 우세하였지만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홍준표의 선전으로 안철수는 2위를 지키기도 어렵게 된 것이었다. 13명의 후보가 끝까지 달렸는데 표는 세 후보가 나누어 가졌고 유승민과 심상정은 각기 6% 선에 머물러 41%, 24%, 21%로 순위가 결정되어 문재인이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이 된 것이다.

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문재인에게 바란다'는 글을 한 편 올렸다. 나는 노무현이 대통령 노릇을 한 5년 동안 한 번도 그를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았지만 나는 노무현을 계승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직무를 시작하자마자 그를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에게 당부하는 말은 이것이다. "임기 중에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다. 어쩌면 견디기 힘든 고비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오. 끝까지 헤쳐나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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