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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껍질과 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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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흔히 '먹방'이라고 불리는 음식과 관련된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을 보면 다양한 식재료들이 나온다. 그중 '돼지 껍데기'는 콜라겐 함량이 풍부해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좋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다이어트에 좋은지는 의심스럽지만 국어 교사로서 의심의 눈으로 보는 것은 과연 '돼지 껍데기'라는 말이 맞는지에 대한 것이다.

흔히 '껍데기'라고 하면 연상되는 것이 '조개껍데기, 굴 껍데기'처럼 겉이 딱딱한 것들이다. 껍데기들은 속과 쉽게 분리가 되며 쓸모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쓸모가 없다는 점에서 '알맹이'와 대립되는 개념을 형성한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말했던 신동엽 시인의 시에서는 바로 이렇게 '껍데기'가 확장된 의미를 잘 보여준다. '이불 껍데기'나 '과자 껍데기'와 같은 말을 흔히 사용하는 이유는 이것이 알맹이와 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시골 할머니들이 10원짜리 놓고 민화투를 치고 놀 때 보면, 제일 의미 없는 것을 말할 때 '흑싸리 껍디(껍데기)'라는 말을 했다. 고스톱에서와 달리 민화투에서는 피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니까 그렇다.

'껍데기'라는 말의 의미를 정리해 보면 단단한 물질, 알맹이와 쉽게 분리가 되는 것, 쓸모가 없는 것이 된다. 그런데 '돼지 껍데기'는 단단하지도 않고, 알맹이와 쉽게 분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식재료로 쓰고 있으니 쓸모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을 이야기할 때 쓰는 우리말은 '껍질'이다. '사과 껍질' '귤 껍질' '양파 껍질'과 같은 과일이나 채소를 지칭할 때뿐만 아니라 '손바닥 껍질이 벗겨졌다.'와 같은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동물의 가죽이나 피부를 뜻할 때도 사용한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돼지 껍데기'보다는 '돼지 껍질'이 맞는 표현이다.

이런 구분법에 의해서 보면 '달걀 껍데기'는 달걀을 싸고 있는 단단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되고, '달걀 껍질'은 껍데기와 알 사이의 얇은 막을 이야기하는 것이 된다. 마찬가지로 '호두 껍데기'는 씨앗을 둘러싸고 있는 단단한 부분을 가리키는 것이고, '호두 껍질'은 바깥의 과육 부분을 가리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의 구분에는 '나무껍질/ 나무 껍데기'나 '박 껍질/ 박 껍데기' '거북 등 껍질/ 등 껍데기'처럼 굳은 정도가 어느 정도 되면 껍데기라고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서 약간의 문제가 있기는 하다.(나무껍질, 박 껍질, 거북 등 껍데기가 맞다.) 애매한 영역이 있기는 하지만 경험적으로 구분을 하면서 표현을 해 왔었다. 그렇지만 '돼지 껍데기'와 같은 말이 널리 쓰이게 되면, '껍질'과 '껍데기'는 점차 구분이 없어지고, 우리말이 가진 세밀한 표현 하나가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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