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이성과 감성

문득 눈을 뜬 바닷가 마을, 어제의 고단한 기억은 깊은 잠 속에 쟁여 두고 갯바람에 눈을 비빈다. 희부연 창문에 비친 나를 찬찬히 바라보는 새벽. 가볍게 머리를 손질하고 약속한 시간에 맞춰 차에 오르니 이미 버스를 가득 메운 많은 시인의 눈망울 속으로 빛이 들어가고 있었다. 해는 벌써 떴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간절곶'으로 향하는 간절한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유명한 간절곶은 한반도 육지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 서생면에서는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고 말을 하고 있다. '간절'이란 해안에서 바라보면 긴 간짓대(대나무로 된 장대)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일출 시각이 포항의 호미곶보다 1분 정도, 강릉 정동진보다 7분 정도 빠르다고 한다. 동경 129.21.50/ 위도 35.21.23으로 울산광역시 울주군 간절곶 1길 39-2에 위치하고 있다."

어느 먼 바닷길을/ 마중 나와 섰는지// 내력도 모르면서/ 간절한 풍경 한 점//

바알간 우 체통 속으로/ 밀어 넣는, 보고프다// 졸시 '간절곶에서'

우체통 속으로 밀어 넣는 그 많은 사연을 끝내 한마디로 요약하면 '보고프다'가 아닐까? 이전에 두어 번 왔었고 워낙 알려진 곳임에도 이른 새벽 산책길은 어쩐지 새로웠다. 한동안 나쁜 공기에 익숙해진 탓인지 피부 깊숙이 스며드는 신선한 기분이 오히려 생소할 정도다. 1박 2일 한국시조시인협회 춘계연찬회 행사의 일환으로 함께한 시인들 모두 같은 느낌인지 여기저기서 잇따라 탄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어제는 늦은 시간까지 시조의 형식과 내용, 새롭게 나아갈 방향에 관해 치열한 고민을 했었다면 오늘은 마음의 눈을 뜨고 바다를 바라보며 누구의 이야기라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품을 넓힌다. 이렇듯 우리 삶이 이성과 감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에 바탕을 둔 감성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 지난밤 삼삼오오 짝을 지어 파도 소리 들으며 마냥 걸었던 진하해수욕장 금빛 모래, 바다 위의 육교처럼 날렵한 선을 자랑하는 '명선교',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작은 섬 '명선도'는 또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태어난 이상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너와 나,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지속할 수 없는 관계다. 싸우고 절망해도 다시 화해하고 희망을 얻는 과정 속에서 관계는 회복을 거듭한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세차게 두드리는 문 앞의 풍경, 바람이 들썩거리는 그곳, 이성과 감성의 균형으로 풀어 나가야 할 우리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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