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능성 소화불량

음식 먹은 후 팽만·포만감 최고조…조금만 먹어도 과식한 느낌 들어

원인 다양해 치료법 결정 쉽지 않아

위 감각 기능·운동성 검사로 검진

소화되는 음식 먹고 편안해지기도

체중 감소·혈변 내시경 검사 필요

대학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28) 씨는 늘 소화제를 달고 산다. 항상 소화불량에 시달리는데다 체하는 일도 잦아서다. 손님들을 응대하 몰리다보니 끼니를 거르거나 급하게 먹는 날이 많아지면서 소화불량 증세는 점점 더 심해졌다. 사흘 내내 메스꺼움과 더부룩한 증상에 시달리던 김 씨는 병원을 찾았지만 '단순한 소화불량'이라는 진단만 받고 돌아왔다.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 10명 중 7명은 소화기관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기능성 소화불량'이다. 소화제를 먹거나 참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방치하면 영양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고 더부룩한 증상이 계속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특히 복통이나 더부룩하거나 쓰린 느낌, 복부 팽만감 등이 3개월 이상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위장 운동에 이상 있거나 예민한 게 원인

기능성 소화불량은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음식을 먹은 후 팽만감이나 포만감을 느끼거나 명치 부위에 통증과 쓰린 증상이 반복되는 게 특징이다. 트림을 심하게 하고 메스꺼운 증상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동네의원을 찾는 환자 중 5%가 호소하는 흔한 질환이다. 대학병원을 찾는 소화불량 환자 중 70% 이상이 기능성 소화불량에 해당된다.

기능성 소화불량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위장 운동에 이상이 있거나 예민한 경우다. 건강한 위장은 1분에 3번 수축 운동을 하는데, 위가 과도하게 운동을 하면 울렁거림이나 메스꺼움을 느끼게 된다. 위의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과식을 한 것 같은 불편을 느낀다. 보통 200㏄ 정도의 음식물이 들어가야 불편감을 느끼지만, 위 신경이 예민한 경우 절반 정도만 먹어도 거북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돼도 기능성 소화불량이 나타난다. 위장이나 십이지장 점막에 염증 세포가 배어들면 음식물의 배출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또 감염으로 위산 분비가 늘면서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밖에 십이지장이 산과 지방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소화기관에 약간의 염증이 있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정신·사회적 요인도 기능성 소화불량의 원인으로 꼽힌다. 신체적 또는 성적 학대를 당했거나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는 불안증과 우울증의 유병률이 건강한 성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옥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은 원인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원인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면서 "치료제보다는 일반 소화제나 소화에 도움을 준다는 음식 등을 복용했을 때 속을 편안하게 느끼는 플라시보(위약) 효과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증상 심하면 약물치료 필요

기능성 소화불량은 보통 주된 증상과 약물 투여 시 나타나는 반응으로 진단한다. 다만 증상에 따라 위장의 운동성의 감소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위 전도 검사는 위가 1분에 몇 차례 운동하는지 확인하는데 유용하다. 위가 얼마나 예민한지 등을 판단하는데는 위 감각 기능 검사가 도움이 된다. 위 속에 풍선을 넣어 얼마나 팽창했을때 불편을 느끼는지 알아보는 방식이다. 음식물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넣고, 음식물이 얼마나 빨리 혹은 늦게 소화되는지 관찰하는 검사도 활용된다. 이 밖에도 초음파 검사와 컴퓨터 단층 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이용한 검사법도 사용된다.

기능성 소화불량을 겪는다고 해서 무조건 위 내시경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국인은 위암 유병률이 높으므로 40대 이상이라면 내시경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체중 감소나 혈변 등이 동반된다면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벼운 소화불량 증상은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완화된다. 우선 소화불량을 느꼈던 음식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지방식이나 탄수화물 식품, 우유 및 유제품, 귤 등 과일, 매운 음식, 커피, 술은 소화불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음식은 위와 십이지장을 과민하게 하고 위장의 운동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다. 또 특정한 음식을 먹었을 때 느꼈던 불편한 경험이 심리적으로 작용해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도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윗배 통증이나 쓰린 증상에는 위산 분비 억제제가, 조기 포만감이나 식후 팽만감에는 위장관 운동촉진제가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에도 반응이 없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할 때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한지 살펴봐야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확인되면 제균 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김경옥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며 "위에 불편한 증상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기능성 소화불량을 의심하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치료 기간이 짧아진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경옥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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