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는 멀티태스킹 즉,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다. 문서작업을 하면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음악도 듣는다. 그런데 사람은 멀티태스킹에 능숙하지 않다.(여성보다 남성이 특히 더 그렇다.) 사람은 한 번에 한 가지 생각밖에 못 한다.
정치 이론가 조지 레이코프가 제시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이론을 보자. 누군가로부터 "코끼리 생각을 하지 마"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역설적이게도 '코끼리'이다. 코끼리 생각을 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이론은 '프레임'(Frame'인식의 틀)으로서의 언어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설명해준다.
인간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프레임을 선점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선거는 '프레임 전쟁'으로 불린다. 흑색선전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 자체가 강력한 프레임이어서다. 제19대 대선에서는 자기에게 불리한 프레임에 스스로 뛰어드는 촌극도 있었다. TV토론회에서 "내가 갑철수입니까?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따져 물은 안철수 후보다.
요즘도 정치판에서는 무수한 프레임들이 명멸한다. 크게 회자된 프레임으로는 '종북좌빨' '수구꼴통' '세금폭탄' '고소영'강부자 내각'을 비롯해 '이명박근혜' '적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프레임들의 생산 및 유통자는 정치인과 미디어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프레임의 위력을 깨달은 대중들도 그 전쟁에 합류하고 있다. 진보 진영과 매체를 비판하는 데 쓰이는 '입진보' '한경오'는 대중들이 최근에 설정한 대표적인 프레임이다.
며칠 전부터 새 프레임 하나가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게 다 야당 탓' 프레임이다. "이게 다 노무현 탓" 드립을 패러디한 프레임으로, 지금의 야권에 대한 압박용 카드로 광범위하게 동원되고 있다. 인터넷'SNS에 '이게 다 야당 탓'이라는 댓글 놀이가 한창인데 때로는 애먼 상황에다 갖다 써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예컨대 '대구 개 덥다. 이게 다 야당 탓'이라거나 '내게 여자친구가 없는데 야당 탓'이라는 식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프레임 하나가 생겨난 셈이다.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대변혁은 대중들을 정치 무대의 관객에서 참여자로 바꿔놓고 있다. 대중을 우중(愚衆'어리석은 군중)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시류를 한참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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