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를 할퀴고 간 입시 특혜·비리의 핵심 인물이 사법당국의 심판대에 들어서는 날,이 학교는 새 출발의 선상에 섰다.
이대 구성원들은 31일 서울 서대문구 교내 대강당에서 창립 131주년 기념식 및 제16대 총장 취임식을 열고 김혜숙 신임 총장의 취임을 지켜봤다.
나라를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의 일부인 정유라 입학 특혜·학사관리 비리로 최경희 전 총장이 지난해 10월 19일 불명예 퇴진한 이후 225일 동안 반년 넘게 비어 있던 총장 자리가 채워졌다.
김 총장 취임 일성이 "지난해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사회가 이화에 보인 신뢰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에 사과한다"는 말이었던 것에서 그간 이대가 겪은 내홍이 엿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등 공범 혐의를받던 정유라(21)씨가 덴마크에서 한국으로 송환되는 날이었다.
이화여대 131년 역사에서 '정유라'라는 이름은 잊히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여름 단과대학 신설 반대 시위와 본관 점거는 최경희 전 총장의 불통과 독단적 행정이 빚은 학내 갈등으로 보였다.
교내 긴장이 높아지던 가운데 최순실과 그의 딸 정씨가 최 전 총장을 등에 업고학교 행정을 농단했다는 사실이 차츰 드러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씨가 이 대학에 부정 입학했고 학사관리에서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특히 정씨가 ""돈도 실력이야.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SNS에 올린 글은 학생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교수들까지 들고일어나 학내 시위를 벌였고,최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19일 이대 역사상 처음으로 중도 불명예 퇴진하는 총장이 됐다.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학교로 뻗쳤고 최 전 총장을 비롯해 주요 보직에 있었던 교수들이 줄지어 수감자 신세가 됐다.
수장을 잃은 학교는 표류했다.진화에 앞장서야 할 총장부터가 비리의 몸통으로지목된 터였다.
2014년 정씨 입시 당시 체육특기자 전형에 승마가 갑자기 신설됐고,수시원서 접수 뒤 정씨가 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입시에 반영됐고,학칙을 급거 개정해 정씨에게 유리하게 적용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와도 이대는 '유구무언'이었다.
최순실·정유라와 특검 수사망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이대 구성원들은 지난 2월부터 새 총장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소통'이 화두로 등장한 만큼 이사회는 이례적으로 교수,직원,학생,동창이 참가하는 협의체를 꾸려 새 총장 선출 방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고,구성원들은 장장 2개월여에 걸친 격론을 벌였다.
막판까지 각 구성원의 투표반영비율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지만,결선 투표에서 모든 구성원 단위로부터 다수표를 얻은 김혜숙 교수가 총장에 오르면서 '이대 사태'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 총장이 취임한 이 날 정씨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9월 28일 덴마크 도피 생활을 시작한 지 246일 만에 귀국했다.
또 서울중앙지법에선 입시·학사 특혜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최 전 총장,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의 결심 공판이 예정됐다.
특검팀은 최씨 혐의에 최종 의견을 밝힌 다음 형량을 제시하는 구형에 나선다.
앞으로 정씨가 검찰 수사에서 하는 말에 따라 이대의 또 다른 비리가 드러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대 한 교수는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그때는 먼저 책임지고 사과하고 대응할 우리 총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