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혼밥 권하는 사회

먹는 것은 유기체의 숙명이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동물이건 사람이건 예외가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정말로 많은 먹을거리와 식문화가 존재한다. 사회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다양한 식문화, 터부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미국인은 굴을 먹지만 달팽이를 먹지 않는다. 프랑스인은 달팽이를 먹지만 메뚜기를 먹지 않는다. 줄루족은 메뚜기를 먹지만 생선을 먹지 않는다. 유대인은 생선을 먹지만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인도인은 돼지고기를 먹지만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러시아인은 소고기를 먹지만 뱀을 먹지 않는다. 중국인은 뱀을 먹지만 사람을 먹지 않는다. 뉴기니의 잘레족은 사람이 맛있다고 한다."

사람에게 먹는 것은 영양분 섭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회 공동체의 최소 단위인 '가족'의 개념도 사냥하거나 농사를 지어 획득한 식량을 함께 나눠 먹는 최소 집단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특히 우리 조상들은 '식구'(食口)라는 표현을 통해 함께 먹는 행위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한집에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어야 진정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국민처럼 '식사를 함께 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민족도 드물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발달한 회식 문화가 이를 증명한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은 창피한 일로 여겼다. 그러나 시대상이 변하면서 이제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혼밥' '혼술' '폰밥'(혼자 밥을 먹으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 등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하고 혼밥족'혼술족을 위한 식당'카페도 성업 중이다.

일본에서는 혼밥족, 혼술족 또는 홀로 자취 생활을 하는 이들을 겨냥한 DVD 상품이 이미 몇 년 전부터 판매되고 있다. 잘생긴 남자 또는 예쁜 여자가 그냥 말없이 식사를 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인데, 이것을 틀어놓고 식사를 하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이 더 맛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최근 일본 나고야대학의 연구진은 혼자 식사를 하더라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 더 맛있게 느껴지고 식사량도 5~13% 더 늘어난다는 논문을 미국 과학전문지에 발표했다. 다른 사람의 식사 모습을 담은 화면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혼자 해서 좋은 것은 함께 하면 더 좋다. 먹는 즐거움도 나누면 더 커진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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