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맹신은 무지와 불안서 싹튼다

"저는 '안아키' 카페가 논란이 되면 백신의 위험성이 알려져 난리가 날 줄 알았어요. 이렇게 위험한 예방접종을 강요했냐고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인 상황이에요."

자연주의 육아 방식을 주장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의 운영자인 김효진 살림한의원 원장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2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는 "병의 원리를 알면 이해가 될 것"이라는 말을 거듭했다.

그가 자연치유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단식이었다. 단식의 효과에 놀랐고 많은 이들에게 권유했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이가 드물어 좌절했다고 했다. 그래서 단식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해독요법'을 개발했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해독요법은 일종의 보류 관장이다. 보류 관장은 항문으로 약물을 넣어 장 속에서 일정시간 머물게 한 뒤 통변을 유도하는 관장법을 말한다. 그는 해독 요법으로 체내 노폐물을 제거하고, 다양한 효소와 발효 식품으로 면역력을 높이면 병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약물은 철저히 배제된다.

그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자신감을 보였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해독요법을 받은 뒤 자주 병변 부위를 햇빛에 쬔다.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보습제는 바르지 않고 그냥 긁도록 둔다. 화상을 입으면 40℃의 뜨거운 물에 씻어낸다. 스위스에서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고, 병원 간호사가 화상을 입었을 때도 비슷한 원리로 호전됐다고도 했다. 모두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제시하는 치료법이다. 병의 원리가 있고, 성공 경험도 있으니 옳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감기에 항생제를 쓰지 않거나, 열이 났을 때 해열제 과용을 피하는 것은 의사들도 권하는 방식이다. 체내 유익균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것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그러나 특정 치료법이 과학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충분한 근거와 검증이 필요하다. 자연과학의 발전은 끊임없는 '자기부정'을 토대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백신 유해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백신에 알루미늄이나 포름알데히드 등 중금속이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예방접종보다는 어린 시절에 자연스럽게 병을 앓고 항체가 형성돼야 평생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신 유해론은 이미 서구에서 폐기된 주장이다. 김 원장은 생후 6개월 된 아이 30명의 모발을 채취해 중금속 성분 검사를 맡겼다고 했다. 백신 접종한 아이 체내에 얼마나 많은 중금속이 있는지 검사하면 백신의 위험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주일이면 결과가 나온다고 장담했지만, 아직 결과는 듣지 못했다.

문제는 또 있다. 안아키 치유법을 시도하는 엄마들은 절대다수가 비의료인이다. 질병과 생명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만약 혈관염인 가와사키병에 걸려 고열이 나는 아이를 그저 지켜만 본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는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없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다. 낫지 않는다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서이고, 나았다면 자연치유법 덕분이다. 점쟁이가 써주는 부적과 뭐가 다른가.

엄마들은 불안하다. 병원 문턱은 높고, 믿고 물어볼 의사를 만나긴 더욱 어렵다. 매주 월요일만 되면 아동병원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대부분 열이나 콧물 등 경증 환자다. 오전 일찍 접수를 해도 한두 시간씩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가며 어렵게 받은 진료는 3분이면 끝난다. 아이가 왜 아픈지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여유가 없다. 맹신은 무지와 불안에서 싹트기 마련이다.

안아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김 원장은 사태가 진정되면 인터넷 커뮤니티를 다시 열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의료 환경이 바뀌지 않고, 의료인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안아키는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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