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 원룸과 빌라가 밀집한 대구 달서구 이곡동. '와룡배움터'란 간판이 붙은 작은 공간 안에 주부들이 모여앉아 바느질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바느질 수업이 있는 화요일마다 모여 두 시간 동안 에코백, 클러치백 등 다양한 물건을 직접 만든다.
이날 수업은 클러치백 만들기. 주부들은 들뜬 표정으로 자기 자리 앞에 놓인 봉지를 뜯었다. 1인당 1만1천원씩 걷어 주문한 봉지 안에는 실과 바늘을 비롯해 가방을 만드는 설명서가 들어 있었다. 서로의 근황을 묻느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들의 손은 어느새 바느질로 분주했다.
마을교육공동체 와룡배움터(이하 배움터)는 현재 60여 명의 후원으로 꾸려진다. 바느질, 책읽기 수업 등 학부모를 위한 수업 외에도 드론 날리기, 생태 체험 등 20여 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수강료가 1만원 안팎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수업을 듣지 않는 주민들도 1천원의 공간 사용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어 배움터는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한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04년 인근 학부모들이 '경쟁 없이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목표로 만든 성서학부모회에서 발전한 배움터는 2015년 무렵 학교의 방과 후 교육이 활성화되며 위기를 맞았다. 배움터를 찾던 20여 명의 아이들이 4, 5명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전의 계기는 마을공동체로의 탈바꿈이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는 주민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자연스레 주민 참여가 늘며 마을공동체 성공 사례가 된 배움터는 지난달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주관한 '국민통합 우수사례 공개모집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배움터를 찾은 주부들은 이 공간이 더없이 소중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기술을 전수하는 수업이 아니라 이웃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다. 주부 강금영(33'달서구 성당동) 씨는 "사실 뜨개질 교실은 2주마다 열리는 만큼 작업 대부분은 집에서 해 온다"며 "배움터에서는 오히려 이웃들과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게 더 중요하다. 남편이나 자녀 문제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 좋다"고 귀띔했다.
배움터는 수업이나 토론 위주 프로그램에서 나아가 벼룩시장, 마을 파티 등 마을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배움터 조은정 대표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말고도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하려 한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마을 사람 모두 더불어 성장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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