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사이비 경제 이론

상품의 가치는 생산에 투입된 노동만이 창출한다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은 퇴출됐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 때문만은 아니다. 이론 자체의 허점 때문이다. 노동가치설은 상품의 가치는 생산이 이뤄지는 장소, 즉 공장 내부에서 창출된다고 주장한다. 즉 상품이 생산돼 시장에 이르기도 전에, 이미 상품의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동가치설의 허점이다. 상품은 판매를 위해 생산된 재화다. 그리고 판매가 이뤄지는 곳은 시장이다. 결국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다. 노동이 적게 투입됐지만 시장의 환영을 받으면 그 상품의 가치는 올라간다. 반대로 제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동이 투입돼도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그 상품의 가치는 '0'이다.

이는 상품 생산에 들어간 노동의 가격(임금)도 상품에 대한 시장의 평가로 결정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이런 점을 분명히 했다. "임금의 크기는 노동조합의 교섭력이나 생산 과정에서 결정되는 것도, 자본과의 관계에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노동자의 노동이 상품에 부과한 가치를 소비자가 평가함으로써 결정된다."

마르크스는 왜 노동가치가 결정되는 장소를 공장 내로 제한했을까.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다. 그래서 아마도 어떤 상품이든 생산하면 무조건 팔릴 것으로 전제했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전제해야만 노동가치설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품과 노동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수요와 공급은 가격 결정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이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노동가치설은 '사이비 경제 이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경제 성장을 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 성장을 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도 마찬가지다. 일자리는 경제가 성장해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고용이 적은 성장은 있어도 성장 없는 고용은 없다는 뜻이다.

경제 성장 없이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딱 하나다. 세금으로 유지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일자리는 경제를 성장시키지 못한다. 국민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부가가치는 창출하지 못하면서 세금만 축내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재앙이다. 국민의 4분의 1을 공무원으로 만든 그리스가 이미 입증한 바다.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가슴이 답답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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