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릴레이 기고] 대구 都市史 만들자-③ <끝>기억이 도시를 정의한다

영화 '공각기동대'에서 오우레 박사(줄리엣 비노쉬 분)는 "기억이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것처럼 우리는 기억에 집착하지만,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행동이다"라고 주인공인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분)에게 말한다. 메이저는 신체뿐만 아니라 뇌까지 조정 당하는 사이보그다. 기억이 아니라 행동이 그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메이저뿐만 아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도시, 대구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대구는 매우 오랫동안 숫자로 정의되어 왔다. 숫자는 행동의 결과다. 인구, 지역내총생산(GRDP), 청년 실업률, 대기업 유치 실적, 미세먼지 농도,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각 당 후보의 득표율, 삼성 프로야구단의 성적 등이 그 숫자다. 숫자로 정의된 대구의 정체성은 늘 옹색하고 초라하다.

'공각기동대'의 부제는 영어로 'Ghost in the Shell'이다. 껍데기 속의 영혼이라는 뜻이다. 영화에서 껍데기는 인간의 몸을 대체한 로봇을 상징한다. 그 상징을 도시에 적용하면 도시의 물리적 외양은 신체라고 할 수 있다. 외양과 숫자에 매몰된 도시에서의 일상은 '기억이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것처럼 우리는 기억에 집착하지만,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행동이다'라는 영화 속의 대사가 가장 통속적이고 비루하게 적용되는 현장이다.

지금 대구 도시사를 편찬해야 한다는 당위는 도시의 외피 속에 영혼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필요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그것은 기억으로 그 무늬가 아름답고 깊게 새겨진, 인간의 얼굴을 한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기획이다. 기억은 도시의 삶을 새롭게 정의한다. 기억이 간직된 도시의 장소에는 사람이 돌아온다.

도시의 기억은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노마드(유목민)를 환대하는 기제로 작동된다. 노마드는 기억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격을 부여받는다. 기억은 도시에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그들로 하여금 공동체와 도시의 발전에 헌신하도록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20세기 내내 광풍처럼 휘몰아 닥친 국가주의로 도시의 기억은 망실되고 왜곡되었다. 도시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작업은 21세기 초엽 '도시의 귀환'을 알리는 팡파르와 함께 진행되는 전 지구적 규모의 프로젝트다. 대구 도시사를 편찬하는 일은 그 대열에 동참하는 일이다.

대구 도시사 편찬은 시민의 눈높이를 겨냥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의 관점에서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처음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하나의 자료, 다양한 활용'(One Source Multi Use, OSMU)을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을 위한 목적이 중요하다. 대구 시민은 도시의 기억을 공유함으로써 도시에 영혼을 불어넣는데 참여하게 된다. 도시에 대한 기억은 시민의 집단적 권리다. 대구 시민은 학교 교육과 평생 학습의 현장에서 도시의 기억과 역사를 배우는 것을 권리로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도시사는 시민이 써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학(localogy)의 활성화는 필연적이다. '교토학'이 발달한 일본 교토에서는 관청 주도의 서적 편찬에서 벗어나 시민이 중심이 된 도시사가 이미 쓰이기 시작하고 있다.

대구 도시사 편찬은 보다 큰 틀에서 '대구 미래 100년을 위한 역사'문화 르네상스'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도시 공간의 외연을 확대하는 방식의 도시 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종언을 선고받고 있다. 향후 도시 발전의 역동성은 도시에 고유한 방식으로 내재화되어 있는 역사'문화 르네상스를 통해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 대구 미래도 거기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