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뛰는 물가에도 '열중 쉬엇' 중인 정부의 물가 관리

요즘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심상찮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주부들 입에서 저절로 나올 정도로 최근 생활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뛰고 있어서다. 라면과 계란, 치킨, 채소, 과일, 맥주, 음료 등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가격이 뜀박질하자 기업의 무분별한 가격 인상을 비난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계속된 가뭄이나 조류인플루엔자 재확산 등 환경적 요인은 물가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한 원인이다. 최근 국내 경기가 조금씩 펴지고 소비 증가의 조짐이 보이자 기업들이 관성적으로 물가 억제의 고삐를 늦추려는 힘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가을부터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틈타 기업이 너도나도 가격 올리기에 뛰어들면서 지난해 5월 0.8%에 그쳤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2%로 급등한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국내 한 기업경영평가기관이 그제 내놓은 매출원가율 조사를 보면 가격 인상 움직임에 깔린 기업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사이 제품 가격을 올린 10개 식음료 업체 중 8곳의 매출원가율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율은 전체 매출에서 제품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라면 제조 업체인 농심과 삼양식품의 경우 매출원가율이 1년 전에 비해 1.4%포인트와 1.0%포인트 각각 하락했는데도 판매 가격을 각각 5.5%씩 인상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코카콜라, 롯데칠성음료 등 음료 업체에다 CJ푸드빌, BBQ 등 외식업계도 매출원가율이 낮아졌음에도 거꾸로 판매 가격을 최대 7.5% 올렸다. 판매 가격을 올릴 때마다 '원가와 인건비 상승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기업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물가 문제를 과거처럼 단순하게 접근하고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런 물가 관리 노력 없이 손을 놓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2만원을 넘긴 국민 간식 치킨 등 서민이 당장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있다. 부단한 물가 관리와 조치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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