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야 3당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과 장관 인선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치하는 국면이다. 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 13일 국회 상임위원장단과의 오찬 등으로 허리를 낮췄지만, 야 3당은 대통령의 요구를 좀처럼 들어주지 않을 모양이다. 새 정부 출범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추경은 고사하고 내각조차 갖춰지지 않은 불안한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문 대통령과 야 3당이 겉으로는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주장과 고집에서 전혀 물러설 기미가 없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을 모두 살려서 쓰고 싶어 하고, 야당은 문제 있는 후보자 1, 2명쯤은 낙마시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추경안 문제도 그 신경전의 연장선에 있다.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니 상대를 설득할 방법이 없다.
대통령과 야당, 양쪽 모두 상대를 위한 배려나 타협의 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5대 비리 관련자 공직 배제 원칙을 장담해놓고, 정작 각료'참모 인선을 하면서 원칙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명백한 신뢰 위반이다. 청와대가 2005년 이전에 이뤄진 위장 전입은 그냥 넘어가자거나 여당 지도부가 '흠결 없는 사람은 없다'고 언급하는 행태는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뻔뻔함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야당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타협의 여지 없이 막무가내의 태도를 고수해 좀 답답해 보인다. 야당이라면 장관 지명을 철회케 하거나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방식은 세련되지 못한 것 같다.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왔으면 방관하면 될 일인데, 피켓 시위나 벌이는 것은 저급한 행동이다.
국민은 누가 자존심과 명분 싸움에서 이길지에 관심이 없다. 국정이 원활하게 돌아가 어려운 살림에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대치 국면을 풀려면 서로 한발씩 물러서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5대 원칙에서 후퇴한 것을 사과하고 비리 관련자 지명의 불가피성을 설명해야 한다. 야당은 명분 싸움에 매달리지 말고 타협의 자리로 나와야 한다. 협치는 양보에서 시작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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