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5시쯤 대구 서구 만평네거리에 있는 '대구일일취업센터'(이하 일일센터). 이른 새벽부터 작업복 차림의 구직자가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도착 순서대로 방문록에 이름과 지난 1주일간 방문'취업 횟수를 적었다.
방문 횟수는 대부분 3번이 넘었지만 취업 횟수 칸에는 '1' 혹은 '0'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모(56'북구 노원동) 씨는 "지난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왔는데 단 한 번 일했다. 한 달에 서너 건을 받으면 감지덕지하는 게 요즘 현실"이라며 "여기서 얻는 일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 돼 낮에는 다른 일거리도 찾는다"고 털어놓았다.
'대프리카'로 불릴 만큼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대구이지만 오랜 불황으로 인력시장 경기는 얼어붙었다. 바닥 경기의 체감지표인 인력시장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다. 이날 일일센터를 찾은 구직자 43명 중 오전 8시까지 용케 일감을 받은 구직자는 5명뿐이었다. 고용주가 지정했던 1명을 제외하면 즉석에서 '선택' 받은 사람은 단 4명이었다.
일일센터 조래원 팀장은 "10여 년 전에는 성서공단, 3공단 등지에서 일손을 많이 찾았다. 이곳을 찾는 구직자 대부분 일거리를 받아 나갔다"면서 "꾸준히 하락세를 걷더니 요즘은 그냥 돌아가는 사람이 훨씬 많다. 대구지역 중소기업에 그만큼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수수료를 받고 일감을 연결해주는 직업소개소도 어려운 상황이다. 비슷한 시각, 북구 동침산네거리 인근 한 직업소개소에서는 "일자리가 너무 없어 생계가 막막하다"는 한탄이 잇따라 흘러나왔다. 박모(67) 씨는 "지난달 내내 소개소로 출근했지만 일 나간 날은 10여 일 뿐이었다"며 "입에 풀칠 하는 게 걱정될 만큼 일거리가 없다. 건설 경기만 풀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대구지역 건설 경기가 가라앉아 일자리가 말랐다. 교통비를 감수하고 김해 등 타지까지 일하러 나가곤 한다"며 "구직 연결 1건당 1만원도 받지 못하는데 요즘은 하루 10건을 넘기기 힘들어 소개소 운영도 겨우 한다"고 푸념했다.
모닥불 주위로 구직자가 북적이는 거리의 인력시장은 옛 풍경이 됐다. 오랫동안 인력시장으로 명성을 유지했던 서구 북비산네거리 인근은 일자리가 정해진 구직자들의 출발 장소로 이용될 뿐이다.
30년 동안 북비산네거리에서 커피, 쌍화탕 등을 팔아온 김모(67'여) 씨는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사람이 확 줄었다. 현장에서 일꾼을 뽑아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사전 약속으로 모인다"며 "노점 매출도 같은 기간 30%가량 줄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청도에 있는 공사 현장으로 일하러 간다는 남모(62'서구 비산동) 씨는 "다행히 건축 기술이 조금 있어서 공사 현장에서 불러는 준다. 하지만 대구는 아니고 경북 공사 현장으로 주로 다닌다"며 "일거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다들 아는데 누가 허탕칠 게 뻔한 거리 인력시장으로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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