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반도와 대륙 침탈의 예비단계로 1904년 울릉도에 설치했던 해저케이블 일부가 최근 발견됐다. 엄밀히 따지자면 재발견이다. 울릉읍 사동1리 해안 인근 야산으로 이어졌던 이 해저케이블은 1988년 한국통신이 발견했다. 한국통신은 4년 뒤 이 자리에 '울릉도 해저케이블 육양지점' 표지석을 세웠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역사는 기억에서 사라졌고 표지석은 땅에 묻혔다.
20여 년이 흐르고 나서 113년 전의 역사가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됐다. 3년여에 걸친 한 사람의 노력 덕분이다. 울릉도'독도 해양과학기지에 근무하는 김윤배(47'물리해양학 박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기술원이 주인공이다.
김 기술원의 울릉도'독도와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울릉도에 발을 디딘 1997년 여름이었어요. 당시 '푸른 울릉'독도 가꾸기 모임'을 이끌던 이예균 회장을 통해 여러 마을 어른들을 만나 옛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울릉도의 속살을 보게 된 거죠. 앞서 지리산 산행 중 일본인 대학생과 벌인 독도 논쟁에서 '케이오 패'한 것도 애착을 갖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김 기술원은 이듬해 천리안 독도사랑 동호회를 만들었고, 울릉도'독도에 대한 열의는 자연스레 고 이종학 독도박물관 초대 관장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이 관장님은 '젊은 친구들이 울릉도'독도를 연구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죠. 그 말씀이 제 학문적 욕구에 자연스레 스며든 것 같습니다."
그가 울릉도에 둥지를 튼 것도 이 같은 연유다. 울릉도'독도 해양과학기지가 울릉도에 문을 열 즈음 이곳 근무를 자원한 김 기술원은 2014년 초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울릉도로 들어와 살고 있다. 김 기술원은 주말과 휴일이 되면 향토사학자로 변신한다. 막내 아이와 함께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을 어른들을 만나 옛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다. 돌 하나 풀 한 포기에 담긴 역사의 자취도 좇는다. 해저케이블 발견도 그 결과물이다.
"이 통신케이블은 일본 혼슈 마쓰에에서 시작해 울릉도를 거쳐 함경도 원산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본의 침략 목적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죠. 이런 역사 속에서 울릉도와 독도, 동해의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김 기술원은 요즘 울릉도 내 각 마을의 이야기를 모은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130여 년 전 '울릉도 재개척령' 이후 주민들이 살아왔던 소소한 이야기다. 시지(市誌)나 군지(郡誌)처럼 각 마을의 역사를 담은 마을지(誌)를 만들기 위해서다.
"울릉도가 '독도를 보려고 잠시 스쳐가는 섬'이 아니라, 이런 역사적 자원을 활용해 '무궁무진한 가치가 있는 섬'이란 걸 알리고 싶습니다. 내년쯤엔 첫 마을지를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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