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건물 용도도 확인 않은 패션산업연구원의 황당한 일 처리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지역 섬유패션'봉제업계를 위해 '의류봉제지원센터'를 조성하면서 엉성한 일 처리로 헛돈만 쓴 것으로 드러났다. 수십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이고도 거의 쓸모가 없는 건물을 사들이면서 조성 목적과는 거리가 먼 애물단지로 전락하고만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지역 시민단체가 책임자 문책과 사업 폐지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의류봉제지원센터는 지역의 소규모 섬유'패션업체와 관련 기관단체를 지원할 목적으로 지난 2014년부터 대구시와 패션연이 추진 중인 사업이다. 지역 영세 봉제업체 등 센터 입주 업체들은 큰 비용 부담없이 작업 공간을 확보하게 돼 기대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패션연이 사업비 45억원 중 30억5천만원을 들여 지난해 지상 9층 규모의 건물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일을 서두르다 건축물 용도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건물 매입 계약을 한 것이다. 주거지역과 인접해 전체 건물 면적의 15%만 제조시설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업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터지자 패션연은 대규모 봉제시설 제공이라는 사업 취지를 무시하고 중도에 센터 활용 계획을 슬그머니 바꾼 것으로 드러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제조 공간보다 사무실 면적이 더 넓은 현 상황에서는 이미 충분한 봉제시설을 갖춘 큰 업체만 저렴한 임대료 지원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반면 제조시설 부족으로 애로를 겪어온 영세 업체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나 다름없다. 시민단체가 사업 폐지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패션연은 제조시설 면적 확대 등 사업 목적을 되살릴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취임 열 달 만에 원장이 사표를 제출해 공석인 가운데 연구원 운영도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처지다. 대구시는 패션연의 사업 추진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또 건물 용도 변경이 가능한지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고 불가능하다면 현 센터 건물을 되팔고 영세 업체 지원이라는 사업 목적에 맞는 공간을 다시 물색하는 등 한시바삐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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