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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世事萬語] 자갈마당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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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마당(대구시 중구 도원동 3번지 일대 4천여 평)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10월 이전에 성매매 집결지로서의 자갈마당을 폐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서울'부산'대전'전주'수원'춘천 등의 사례에서 보듯 반발과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만, 성매매가 명백한 불법행위인 만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합리적 대책과 설득이 뒤따른다면 행정기관의 의지가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인근에 건설 중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올가을 입주를 앞두고 있어 폐쇄 압력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그 이후의 '자갈마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주(건물주)나 개발업자 입장에서는 그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어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이미 일부 그런 움직임도 보인다. 그러나 자갈마당은 그냥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야 할 단순한 '도시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자갈마당은 조선시대 말기 대구의 개천이 몰리는 저습지로 홍수 때마다 물에 잠기는 땅이었다. 아마도 자갈마당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자갈마당은 우리의 아픈 역사와 운명을 같이한다. 대구읍성을 철거한 흙은 자갈마당 매립에 사용되었고, 1894년부터 10여 년간 일본군 통신대가 주둔했다. 그리고 1908년 일제에 의해 집창촌이 세워진다. 식민지 가난한 여성의 고단하고 치욕스러운 삶이 그 속에 담겨 있고, 그 아픔이 한국전쟁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곳이 바로 자갈마당이다. 일상적으로 보기 어려운 독특한 건물 내부 구조는 그 고단한 삶을 반영한다.

또한 자갈마당이란 '공간'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인근에 대구의 출발인 달성토성이 있다. 일제강점기 신사와 도리이가 세워지면서 자갈마당과 함께 치욕을 당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자갈마당 반경 600m 안에 달성토성을 비롯해 서문시장, 대구예술창작발전소, 시민회관(현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역 등이 이어진다.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대구도심재생사업은 관광 불모지인 대구를 관광도시로 변화시켰다. 무엇보다 대구 시민들에게 행복을 주고 자부심을 일깨워준 것이 그동안 도심재생사업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것이다. 반면에 자갈마당과 그 주변은 관심 밖이었다. 달성토성이 복원되고 자갈마당이 그 역사성과 장소성에 걸맞게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어떤 곳'으로 재창조된다면 대구도심재생사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이다. 자갈마당이 마구잡이 난개발과 탐욕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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