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영희 포항시립도서관장…경북 지자체 첫 사서직 사무관

"사람·책 잇는 직업, 따뜻한 감동 주고파"

"여고시절 우연한 기회에 도서관 직원의 안내로 장서실을 구경했던 인연이 평생 직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포항시립도서관장을 맡고 있는 송영희(52) 씨의 도서관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송 관장은 현재 경북도 내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의 사서직 사무관이다. 교육청 소속 사서직 사무관은 더러 있지만 일반 지자체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다. 그만큼 어깨도 무겁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송 관장은 건국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8년 포항시 사서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포항에 있는 언니에게 놀러 갔다가 포항시에서 사서직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시,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송 관장은 사색을 아는 고상한 직업이 사서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막상 업무를 맡자 사색이니 고상이니 하는 말은 눈 씻고 볼 수 없었다. 매달 2t 트럭에 수천 권의 새 책이 정리실로 들어오면 하루종일 DB에 데이터를 입력하느라 눈과 어깨가 뻑뻑해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좋은 점도 있었다. 따끈따끈한 새 책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사서의 특권은 육체적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한 힘이 됐다.

그녀의 아들도 사서 엄마를 둔 덕에 어릴 때부터 그 혜택을 누렸다. 주말이면 그녀와 함께 출근해 누군가 데려갈 때까지 책을 읽으며 놀았던 아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깨우쳤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가장 먼저 도서관을 찾았다. 지금까지 책 한 권 사주지 않았지만 도서관이 아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주고 지식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준 것이다. 그 아들은 물론 지금 반듯한 청년으로 잘 자랐다.

송 관장은 "공공도서관은 유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고루 이용한다"면서 "사서는 모든 계층을 아우를 수 있도록 장서를 구비해야 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함으로써 책과 시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관장은 자신이 경북 최초 사서직 사무관으로 승진한 것에 대한 부담감도 많다. 처음인 만큼 후배들의 롤모델로서 잘해야 한다는 무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지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서관 확충에 나서 마침내 2015년 경북지역 최대 규모인 포은중앙도서관을 개관했다. 이로써 6개 도서관 41개의 작은 도서관에 80만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송 관장의 아이디어가 정부로부터 채택돼 스마트 무인도서관 5곳도 개관될 예정이다.

OECD 권장 국민 1인당 장서 보유량이 2권인데 비해 포항은 현재 1.4권으로 조금 부족하지만 계속 확충 중에 있으며 기증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관장은 "사서는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직업이다"면서 "시민들이 책을 접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 언제든지 도서관에서 책이 주는 따뜻한 감동과 희열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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