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울릉서중학교 2학년 학생 6명이 동화책을 세상에 내놨다. 제목은 '바람, 여섯'. 6명이 각자 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이들은 대부분 친구 사이나 단체생활에서 겪는 갈등을 동화로 풀어냈다.
사실 이 책은 6명의 저자가 1학년이던 지난해 2학기 국어 교과 자유학기제 수업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매주 한 차례씩 '동화 쓰기' 수업을 했다. 여러 동화를 읽고 멘토가 될만한 책을 정한 뒤 작품을 구상했다. 자신의 생각을 '우리'라는 공통된 이야기로 끄집어내 함께 고민했다. 한 친구의 작품 완성이 늦어져 책 출간이 한 학기 정도 밀렸다.
남유정 국어 교사는 "원고를 제때 주지 않아 애를 먹였던 학생의 완성작을 보니 '기다린 보람이 충분히 있구나' 싶었다. 이런 모든 게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남 교사의 말처럼 울릉서중은 전교생 11명, 교장을 포함해 교사 10명인 작은 학교다. 이 작은 학교에서 책쓰기는 전통이 되고 있다.
이 학교엔 '섬'이란 이름의 독서 토론 동아리가 있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이 동아리는 지금까지 3권의 책을 냈다. 2014년 포토 문집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15년 포토 에세이집, 지난해 말엔 포토시집 '생각하는 섬-우리들의 세 번째 이야기'를 펴냈다. 한 해 동안 주말에 울릉 곳곳을 탐방하며 문화'역사'자연과 다양한 삶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소개와 감상을 글로 풀어내 책으로 엮은 것들이다.
공립학교의 특성상 교사가 매번 바뀌는 데도 책쓰기를 이 학교의 전통으로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사들의 믿음이었다. "학창시절 책 한 권 만들어보는 소중한 경험이 학생들의 인생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윤지혜 영어 교사는 "교사들이 서로 잘 융화한다"는 점을 이 학교의 장점으로 꼽았다. "때때로 의견이 맞지 않더라도 서로 비판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함께 애를 쓴다는 점이 의지를 북돋우게 합니다."
그 결과 1학년 대상 자유학기제 수업인 동화 쓰기는 올해부터 국어'미술'영어 교사가 협업하는 융합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국어 교사가 하기엔 벅찼던 그림 부분을 신성환 미술 교사가 맡아 지도하고, 윤 교사가 아이들이 쓴 글을 영어 문장으로 바꿔보는 수업을 더해 올해는 동화책에 영문 번역본을 함께 넣을 예정이다. 여기에 국어 교사 출신인 박희서 진로담당 교사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독서 토론 동아리 활동 결과물은 '우리들의 행복한 네 번째 이야기'라는 책으로 엮어 다음 달 열리는 전국 학생 저자 책 축제에 출품할 계획이다. 3학년 졸업생 2명에게는 지난 3년간 글쓰기 활동 결과물을 모아 책으로 엮어 졸업선물로 줄 계획도 갖고 있다.
"2019년 3월 울릉군 내 4개 중학교를 통합하는 거점중학교가 문을 열게 되면 울릉서중은 사라지게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의 흔적과 역사를 책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이들 네 교사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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