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개와 인간의 차이

'사람보다 훨씬 낫다.'

개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 '충성심 DNA'만큼은 독보적이다. 독설가로 유명한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개와 인간을 이렇게 비교했다. "굶주린 개를 데려다 잘 먹이면 그 개는 너를 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개와 사람의 근본적인 차이다."

훌륭한 견공(犬公)의 일화는 가슴 뭉클한 감동마저 준다. 위인(偉人)만큼이나 불후의 공적을 쌓은 위견(偉犬)들은 동상으로 만들어져 길이 기억된다. 한국에서는 불 속의 주인을 구해낸 전북 임실의 '오수의 개'가 유명한데, 그 이름을 딴 '오수의견공원'까지 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동상은 도쿄 시부야역에 있는 '충견 하치코'다. 10년간 죽은 주인을 역 앞에서 기다린 '하치코' 얘기는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졌고, 사체는 우에노 국립과학관에 박제로 전시돼 있다. 벨기에 앤트워프에는 아름답고도 슬픈 소설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 네로와 파트라슈의 동상이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견 '밤세', 물에 빠진 27명을 구조한 '스완지 잭', 뉴질랜드 '양치기 개' 동상도 유명하다.

개의 충성심에 대한 반론도 있다. "개는 충직하다. 그렇다고 개를 모범으로 삼아야 할 이유는 없다. 개는 사람들에게 충직하지, 다른 개들에게 충직한 것은 아니다." 오스트리아 작가 카를 크라우스의 비아냥이다.

개와 관련된 속담과 경구는 너무나 많지만, 수습기자 때 들은 말이 기억난다. "개가 사람을 문다면 그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어서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개를 문다면 그것은 뉴스다." 뉴스의 가치와 경중을 제대로 판단하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개가 사람을 심하게 물어' 뜨거운 뉴스가 됐다. 반려견이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했으니 누구나 두렵게 느껴지는 일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최시원 특별법' 입법 청원이 쏟아지고, SNS에는 견주의 횡포와 오만함이 줄줄이 고발되고 있다.

지나친 동물 애호 분위기를 내심 못마땅하게 여기던 사람들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듯한 분위기다. 일부에서 개를 안락사시키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개를 죽인다고 해서 그 개가 문 상처가 낫는 것은 아니다." 서로 싸우기보다는 재발 방지책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이다. 그리고, 이런 캠페인을 벌이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개는 주인을 닮습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