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에서 공공(共工)이라는 성(姓)을 가진 아이가 동짓날에 죽었다. 아이는 죽어서 역귀(疫鬼'전염병을 일으키는 귀신)가 됐다. 사람들은 역귀가 무서워 동짓날이 되면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먹었다. 살아생전 아이가 팥을 지극히 싫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풍습은 동지 팥죽 세시풍속의 유래가 됐다.
동지 팥죽 전설과 관계있는 성씨인 공공씨는 나중에 '홍(洪)'씨의 연원이 됐다. 중국 둔황(敦煌) 지역에서 살던 공공씨 후손 한 명이 원수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면서 신분을 숨기고자 바꾼 성이 바로 홍씨다. 공(共)자에다 수(水)자를 붙인 글자인 '홍(洪)'을 성으로 사용한 것이다.
중국의 성씨인 홍은 우리나라에도 전래됐다. 그 결과 남양, 풍산, 홍주, 부계, 의성, 회인을 본관으로 하는 홍씨들이 전국에 50만여 명에 이른다. 홍씨 중에는 남양 홍씨가 37만여 명으로 가장 많다. 남양 홍씨 문중이 배출한 사람 가운데 지명도가 가장 높은 생존 인물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꼽을 수 있다. 또 다른 한 명도 빼놓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홍의락 국회의원이다.(동성동본이긴 하지만 홍 대표는 당홍(唐洪)계, 홍 의원은 토홍(土洪)계로 시조와 계보가 다르다.)
공교롭게도 두 남양 홍씨 정치인은 오는 2020년 같은 선거구에서 금배지를 놓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원협의회위원장 공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정치를 하고 싶다던 그였는데, 최종 선택지는 당초 예상과 달리 대구 달서구병이 아니라 북구을로 귀착됐다. 이 북구을의 현역 국회의원이 바로 홍의락 의원이다. 홍 의원은 자유한국당 텃밭이자 더불어민주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금배지를 달아 지지 기반을 다진 정치인이기도 하다.
아마도 홍 대표는 대구에서 출마하면 당선이 동짓날 식은 팥죽 먹듯 쉬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의 시선은 싸늘하고 당선 역시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노욕, 해당(害黨) 행위, 똥차, 요양원 등 원색적 단어까지 동원하며 홍 대표의 행보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 지역 정치권 인사도 있다. 당 대표라는 사람이 서울 등 격전지에서 출마해, 위기에 빠진 당의 외연을 확장시킬 생각은 않고 대구에서 안일하게 정치생명 연장 꿈을 꾼다는 비판이다. 결과가 어찌 나오건 간에 앞으로 대구에서 펼쳐질 '홍 대 홍' 경쟁이 재미있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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