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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가 던진 경고장 "더 이상 한국당 안방 아니다"

매일신문 여론조사로 본 民心…대구선 민주당에 밀려, 女·젊은층서 변화 요구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2018 자유한국당 사무처 시무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2018 자유한국당 사무처 시무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TK)은 더 이상 자유한국당의 텃밭이 아니었다. 2일 발표된 매일신문과 TBC 여론조사 결과는 TK 지역민들이 보수진영에 던진 '경고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보여준 보수진영의 지리멸렬,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개혁'을 외쳤지만 그 성과에 대한 실망감이 결국은 보수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지역 민심마저 돌리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를 아낌없이 지원했으나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고 여긴 보수진영의 안이함, '보수의 텃밭'이라면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해준 것 없이 선거 때마다 자신들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이기적 행태 등 지역민에 대한 무례함이 '무한한 애정'을 거둬들이게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보수진영에 든 회초리

이번 여론조사에서 '보수의 심장'으로 불린 대구의 방죽은 무너졌다. 자유한국당은 26% 지지로 더불어민주당(28.1%)에 역전당했다. 더 이상은 대구가 한국당의 안방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한국당은 비록 대구시민'경북도민의 전체 정당 지지도에서는 30%로 민주당(27.4%)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고, 경북에서는 33.7%로 민주당(26.9%)과의 격차를 벌렸으나 지지율 '수성'의 의미를 담기에는 모자란다.

TK에서의 한국당 몰락, 민주당 선전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시도민들의 열망이자 보수당을 대표하는 한국당에 든 회초리다. 이번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수행에 시도민들은 48.3%의 지지를 보내 70%를 웃도는 전국 국정지지율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했다. 문 정부와 민주당이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당이 못했다는 데에 방점이 찍힌다.

특히 여성과 젊은 층에서 변화 요구가 많다는 점은 TK를 기반으로 한 한국당이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았다. 정치 참여와 관심이 모든 세대로 확산하는 추세에서 전통적 지지층인 남성, 노년층만의 지지로는 보수 재건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여성(30.4%) 및 30대(42.1%)와 40대(40.3%), 19세 포함 20대(38.6%) 등 젊은 층이 주도였다는 점은 한국당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지방선거 승리 장담 못해

이 같은 민심의 변화는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TK 수성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민주당 소속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국당 소속 현역인 권영진 시장을 두 배 가까이나 앞선 데다 다른 후보와의 맞대결에서도 김 장관이 압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구가 더 이상은 한국당의 안방이 아님을 보여줬다. 한국당이 유일하게 자신하는 경북도지사를 두고도 민주당 소속 오중기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한국당 후보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음을 보여줘 한국당으로서는 위기감에 휩싸인 형국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리더십과 보수 재건 방향에 대한 불만이 지방선거 판세에 '지진'으로 작용, 이번 여론조사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홍 대표가 당권 장악에 성공했으나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을 두고 보인 오락가락 행보,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킨 막말 등이 보수의 품격을 저해했다는 평가다.

신(新)보수주의를 기치로 새해를 연 한국당은 책임공천제 등으로 지방선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가는 "안방에서마저 등을 돌린 민심을 다시 보듬겠다는 특단의 대책과 그간의 안이함, 무례함에 대한 반성 없이는 TK가 둘러친 보수의 방죽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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