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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금호강시대]<2>수변공간 개발 키워드는 '복합'(상)

대구 발전 새 동력 '개발-보존' 조화를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왼쪽(지도상 북쪽) K2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왼쪽(지도상 북쪽) K2'대구공항, 그리고 오른쪽에 흐르는 금호강. 매일신문 DB

대구 금호강 유역 수변공간 개발의 핵심 키워드는 '복합'(複合'complex)으로 읽힌다.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주거'산업'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담는다는 얘기다. 좀 더 넓게 보면 개발과 보존의 복합이다. 물리적으로는 구'군 경계를 뛰어넘는 금호강 양쪽 강변(양안)의 연계도 가리킨다.

◆대구 신선장동력, 금호강 중앙에 밀집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금호강 유역은 어디일까. 대구를 관통하는 금호강 구간 한가운데 있는 검단들 일대다. 이곳에 자연친화형 복합산업단지 및 3천여 가구 규모 주거지를 갖춘 금호워터폴리스가 조성된다.

검단들 기준 동쪽에는 향후 통합 대구공항 조성에 따라 비워지게 될 K2'대구공항 이전터가 다양한 기능의 대구휴노믹시티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금호워터폴리스 서쪽에는 서대구KTX역이 건설된다. 그리고 현재 금호워터폴리스와 K2'대구공항 사이에는 이시아폴리스가, 금호워터폴리스 남쪽에는 엑스코가 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들을 한데 묶으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산업 중 대표가 관광'MICE(국제회의'전시 등) 산업이다. 기반은 북쪽으로 옮겨간 통합 대구공항, 공항 이용객을 대구로 실어 나르게 될 서대구KTX역, 전국 여객 수요 2위의 지위를 향후 달빛내륙철도(대구~광주) 건설로 더욱 공고히 할 동대구KTX역, 금호강 북쪽 유역에서 교차하는 경부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대구부산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대구~부산 구간)와 연결된 관문인 북대구'동대구IC 등이다. 이처럼 금호강 북쪽 유역이 대구 북쪽 교통의 요지로 발전하면 물류 역시 대량으로 소화할 수 있다. 파급 효과는 좀 더 남쪽 동대구벤처밸리로, 좀 더 동쪽 신서혁신도시로도 확산될 수 있다.

◆하천 양안 연결하면 도시 동반 성장

어떤 하천이든 강변은 반드시 양안, 즉 두 곳이다. 그래서 양쪽 지역을 이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수변공간 개발이 세계적으로 이어져 왔다. 프랑스 보르도시는 시내를 관통하는 가론강을 중심으로 항구가 있는 서쪽 강변이 발전하고 동쪽 강변은 낙후한 점을 늘 고민했다. 그러다 1994년부터 '두 개의 강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키워드는 '복합'이었다. 서쪽 강변에는 물놀이 광장과 빛의 정원 등 시민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고, 낡은 항만시설 리노베이션과 18세기 건축물 보존을 진행했다. 동쪽 강변은 녹지대가 집중돼 있는 점을 살려 식물원을 만드는 등 도시 전체 녹지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러면서 도시 비전에서도 보르도시의 중심지를 가론강으로 설정했다.

금호강 남쪽 강변 북구 검단들과 북쪽 강변 동구 K2'대구공항 및 이시아폴리스 일대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0 대구도시기본계획을 살펴봐도 금호워터폴리스'이시아폴리스'대구휴노믹시티는 미래성장산업 클러스터로 묶인다. 마침 금호워터폴리스 진입도로(횡단교량 포함) 건설이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돼 가시적 연결이 물리적으로 구현될 전망이다. 진입도로는 내년 착공, 2022년 준공 예정이다.

◆세계 비행장 이전터 개발'재생은 도시 활성화 동력

금호워터폴리스 조성이 지난해부터 토지 보상 절차에 들어가는 등 눈에 보이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달리, K2'대구공항 이전터 개발은 아직 통합 대구공항 이전지 선정(군위 우보 또는 의성 비안'군위 소보)이 남아 있는데다, 빨라야 2024년부터 착수할 수 있다. 그래서 세부적인 개발안은 나와 있지 않은 상황.

다만 참고할 해외 사례는 적지 않다. 여기서도 '복합'이라는 단어가 검색된다.

하나는 현대적 군사이전부지 개발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영국 버크셔주 '그린햄 커먼' 개발이다. 런던에서 서쪽으로 70㎞ 떨어진 이곳에 1942년 그린햄 커먼 공군기지가 들어섰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과 미군이 썼다. 종전 후에는 미군이 주둔했고, 냉전이 극에 달하며 핵미사일 기지로까지 활용됐다. 이에 1982년부터 영국 국민들이 핵미사일 배치 반대 및 부지 반환 요구에 나섰고, 결국 1992년 반환, 1993년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영국 정부는 비워진 그린햄 커먼을 경매에 부쳤고, 2000년대 들어서야 낙찰됐는데 사들인 주체는 이 부지를 주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구성된 그린햄 커먼 신탁이었다. 이어 버크셔주의회 주도하에 주거'비즈니스 공간을 만들고 친환경적 복원을 반드시 수반하는 개발안이 마련됐다.

정확히 말하면 개발이자 재생 방안이었다. 개발의 경우 중소기업이 쉽게 입주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해 녹지와 조화시킨 비즈니스 파크를 만들었다. 항공연료 지하 저장소는 친환경적 복원이 단시간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지금도 장기계획하에 관심을 쏟고 있다. 또 비행장 컨트롤 타워는 관광타워로 만들고, 활주로와 녹지대는 자연공원의 한 요소로 남겼으며, 건축물 일부를 지정해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하고 있다. 그랬더니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가 뒤따랐다.

그린햄 커먼은 군사시설 폐쇄가 지역경제에 타격을 준 경우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유럽연합 KONVER 펀딩으로부터 투자금 일부를 충당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K2'대구공항 이전터 개발 역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지원 사항을 적극 활용하고, 수원'광주 등 다른 공군기지보다 한발 앞서 이전터 개발이 추진될 예정인 만큼 좋은 선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K2'대구공항 이전터에도 '복합' 부여해야

또 다른 사례는 일본 다치가와비행장이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미군 비행장으로 활용되다가 1977년 반환, 1978년부터 일왕 즉위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국영쇼와기념공원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다치가와시는 공원 주변에 복합 기능을 갖춰나갔다. 도쿄 도심부에서 서쪽 35㎞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다 도쿄도 광역권에서도 지리적으로 중심인 입지가 중요하게 고려됐다. 공원 개장 1년 전인 1982년 공원 동쪽에 광역방재기지를 유치하고, 지진'화재 시 피난 장소 및 구호물자 집적장을 갖춘 것이다. 이후 업무시가지도 조성해 백화점, 호텔 도서관 등이 세워졌다. 반환받은 전체 부지가 580㏊로 넓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이 장점은 다른 측면으로도 나타났다. 바로 유보지다. 우선 토지이용계획 수립이 계속 반려돼 30년 이상 방치된 구역이 있는데, 저절로 자연숲이 생기고 희귀 동식물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결국 토지이용계획에 희귀종 보호구역을 마련하는 등 친환경적 복원이라는 뜻하지 않은 수확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일본 전문가들은 미래 수요를 위해서도 '유보지'를 어느 정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시가 계속 변화하며 이런저런 부지가 필요해지면 그때 요긴하게 쓰면 된다는 얘기다. 곧 생겨날 K2'대구공항 이전터는 대구 도심과 꽤 가까운 데다 면적이 670㏊로 넓어 여러 쓰임을 넉넉히 소화할 수 있다. 또한 금호강 유역이라서 친환경적 개발 내지는 재생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다시없을지 모를 '넓고' 또 '가까운' 이전터 선물을 받게 될 대구시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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