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수성구의 ㈜나노아이티는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현지 홈쇼핑업체와 합자법인을 세웠다. 자본금 2억원을 투입해 지분의 절반을 획득했다. 직원 20여 명에 연간 매출액 170억원 규모인 이 회사가 베트남 진출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기술 덕분이었다. 빅 데이터를 활용해 지능형 맞춤 메시지를 보내는 기술을 보유했던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 등록된 상품을 문자메시지로 고객과 연결하는 서비스 기술이다. 나노아이티는 앞서 기술이전 형태로 먼저 베트남에 발을 디뎠다. 2016년 11월 하노이 현지 홈쇼핑업체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기술이전을 대가로 현지 업체 매출액의 3~5%를 받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간 15억~20억원의 수익을 냈다. 온라인 시장과 오프라인 소비자를 연결하는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베트남 진출의 발판을 다진 것이다.
대구 기업들이 '기술'을 앞세워 베트남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기술이전부터 현지 합자법인 설립, 공동기술 개발 등 다양한 형태로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구시가 구축한 현지 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베트남 사업 파트너를 찾았고, 이 과정에서 통역과 협상, 법률 등의 지원을 받아 해외 시장을 넓히는 발걸음을 뗐다.
◆대구 기업, 베트남 교두보 확보
안경테를 생산하는 동구의 A업체는 2016년 12월 베트남 현지 회사와 합자법인을 설립했다. 안경 후처리 기술을 이전하는 동시에 지분의 50%를 출자해 시장을 넓힌 것이다. 2013년 설립해 직원 8명이 5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A업체가 베트남 진출을 결심한 것은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안경테의 제작과정은 디자인에서 출발해 금형 설계와 제작, 사출 등의 과정을 거친다. 그 이후에 연마'도색'코팅'조립의 순서로 이뤄진다. 이 과정 가운데 사출 이후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다.
A업체가 베트남으로 눈을 돌린 것은 국내 안경업 위기 때문이었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단가로 매출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A업체는 2016년 7월과 9월 베트남을 방문해 여러 현지 업체를 만났다. 그해 9월 마침내 현지의 한 유통회사가 A업체의 안경테 제조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베트남에는 관련 기술을 지닌 기업이 없어서다. 다음 달엔 현지 공장 부지와 설비를 확보하고, 현지 직원을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했다. 12월 공장 건립을 완료하고 생산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 매출액이 7억5천만원으로 전년보다 50% 늘었고, 직원도 2명을 더 고용했다.
달성군의 플라스틱 가공업체인 B사와 달서구의 전산'보안업체인 C사도 기술을 앞세워 베트남 현지에 법인을 설립했다. 2016년 5월 B업체는 모바일과 가전제품의 표면처리기술을 바탕으로 지분 50%(150만달러)를 투자했다. 국내 모바일 부문의 경쟁이 심해지자 해외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함께 지분(50%)을 투자한 베트남 기업은 현지에 광산을 보유하며 희토류 광물을 생산하고 있다. 현지 광물과 B업체의 기술이 만나는 사업모델인 것이다.
온라인 보안기술을 가진 C업체는 지난해 1월 지분 100%(5만달러)를 투자해 현지법인을 세웠다. 공공'금융기관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단독으로 법인을 세웠고, 현지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면서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C업체는 올해 매출목표액을 300만달러로 잡았다. 2016년 160만달러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디딤돌이 된 현지 네트워크
대구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는 데 대구시와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의 현지 기관 네트워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와 대구TP는 2014년부터 현지 기관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해까지 네트워크를 구축한 현지 기관은 모두 17곳이다. 베트남청년사업가협회를 비롯해 베트남과학기술한림원, 화락하이테크파크, 화빈과학기술청, 사이공하이테크파크, 투자무역진흥원, 기술혁신센터, 디지털통신협회 등 주로 하노이와 호찌민의 기관들이다.
이를 통해 2015~2017년 8건의 기술이전 및 사업화 실적을 거뒀다. 베트남 측은 바이오(식품, 화장품)와 환경(수처리), IT, 농수산물 가공 등의 기술을 원했고, 대구TP는 이를 보유한 대구 기업과 현지 기관'기업을 연결했다. 현지 기술수요 조사를 거쳐 대구 주력산업의 진출을 유도한 것이다. 베트남 진출은 기술매매(라이선스)에서부터 현지화(현지법인), 전략적 제휴(합작법인), 공동기술 개발, 기술'제품 수출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현지법인을 설립한 한 기업 대표는 "국내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인해 단가 경쟁이 심해져 기술력이 있어도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생존을 하기 위해서 앞선 기술을 무기로 베트남 등 발전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지 기관'기업에 대한 정보와 사업 파트너와 연결해줄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구TP는 제품과 기술의 단순 수출에서 벗어나 기업이 직접 현지에 진출해 시장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 현지의 유력기관과 협력관계를 맺고, 기술수요를 파악했다. 대구 기업이 참여하는 현지 기술이전 설명회를 열어 기술이전을 도왔다. 또 현지화 과정에 필요한 현지 법인설립과 연구인력 교류, 제품 추가개발 등에 필요한 통역'협상'법률지원을 수행했다.
이근우 대구TP 기업지원단장은 "5, 6%의 경제성장률과 인구 9천만 명의 내수시장을 가진 베트남은 지역 기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말레이시아와 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을 다변화할 거점으로 베트남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