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경철이 만난 사람] 통합 앞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보수개혁이 정치적 소명…통합신당서 반드시 실현"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사진 이무성 객원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사진 이무성 객원기자

궁금했다. 4선 의원 정도 되면 더 편한 길, 좀 더 따뜻한 길이 있을 텐데, 왜 울퉁불퉁한 길, 좁은 길을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그의 방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에게 물어봤다. 솔직히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가치를 지키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험한 길을 걷는 이유였다.

유 대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손을 맞잡는 통합개혁신당에서 그가 지향해온 가치를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정치신인이면서 경제 전문가를 발굴, 대구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정치적으로 너무 고초가 큰 것 아닌가? 슬그머니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해도 자리 하나 크게 차지하실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동안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사실 지난 3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내 마음속으로는 '정치를 하는 이상 개혁보수를 끝까지 해보자'는 각오를 하고 있다. 개혁보수라는 가치를 가지고 보수정치를 변화시키는 과업을 잘 수행했을 때,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에 대한 욕심 이전에 개혁보수를 꼭 해보고 싶어서 나는 이 길을 간다.

내가 '보수가 바뀌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놓은 시점이 2011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였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가 이대로 가면 결국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나는 예고했었다. 왜냐면 보수는 경제와 안보가 주특기다. 그런데 당시 보수정권은 이 부분에서 무능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먹고살기 힘들고, 사회가 불합리'불공정'불평등하다는 불만이 팽배했는데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는 당시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고 어루만지는 정치와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자주 전달했다. 박근혜 대표와 내가 멀어진 계기도 내가 보수개혁에 대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 우리가 여당으로서 제대로 된 보수의 가치를 펼치지 못했다. 그때부터 나는 '보수가 이렇게 가면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는 보수진영에 대한 우려가 누적돼서 터진 것으로 본다. 탄핵 전까지 보수가 모든 것을 잘하다가 최순실 사태가 터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보수가 다 잘하다가 최순실 사태가 터졌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안 되고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다른 것은 다 잘했는데 어쩌다가 이상한 사람의 유혹에 대통령이 넘어갔나 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탄핵까지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보수정권 9년 동안 권부가 잘못한 점을 내부적으로 비판했다. 내가 비판한 내용이 곪아 터진 것이 국정 농단 사태였고 그게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앞으로 내가 정치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지만 내게 주어진 정치적인 소명이랄까, 아니면 나의 역할이랄까, 그것은 보수개혁이다. 보수를 개혁해 보수진영과 한국정치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는 것은 내가 노력하는 만큼 결실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한국정치 전체는 아니더라도 보수정치는 내가 한번 바꿔보자는 사명감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유 대표의 행보를 놓고 배신자라고 공격하는데?

▶홍 대표는 나를 배신자라고 할 자격이 없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 당시 서슬이 시퍼럴 때도 쓴소리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초반 인수위 첫 인사에서도 지적을 했다. 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임기 전반기에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 권력이 강하게 살아 있을 때 비판을 해서 고초도 겪었다. 내 공천 문제 때문에 수도권 총선에서 한국당이 많이 패했다. 그런데 홍 대표는 어떻게 했나?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 대선 출마하면서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친박들과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하고. 이른바 박 전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층도 끌어들였다. 콘크리트 지지층 중에 나를 찍은 사람 있겠나? 콘크리트 지지층 표를 다 이용하고 문재인 대통령 싫은 사람 표까지 다 더해서 겨우 24% 받았다.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을 그렇게 이용하고는 대선 끝나고 난 뒤 탄핵되고 구속돼 재판받는 전직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것이 무슨 대단한 개혁인가? 나는 박 전 대통령이 힘 떨어지고는 한 번도 비판해본 적 없다. 홍 대표는 살아있는 권력에는 눈치를 보고 아부하다가 죽은 권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나는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누가 배신자인지 가려줬으면 좋겠다. 나는 배신자라는 말에 정말 동의 못 한다. 홍 대표가 배신자다.

-홍준표 대표가 대구에서 당협위원장이 됐는데 그 부분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홍 대표는 서울 잠실에서 (정치를) 시작해서 동대문과 경남을 거쳐서 대구에 왔다. 나는 그런 정치를 한 번도 안 했다. 한국당은 '대구가 본거지'라고 생각한다는데 이런 정치를 해서는 대구시민들에게 안 통할 것이다. 홍 대표가 셀프 임명으로 대구 북구을 당원협의회 위원장에 됐는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구에 와서 실패했던 그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치인이 그런 식으로 편한 곳만 찾아다니는 것에 대해 대구시민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지금 한국당의 대구경북 내 지지도가 오히려 지난해보다 못하다. 나는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홍 대표가 대구에 정치적 터전을 마련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다. 나 같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바른정당'국민의당이 손을 잡는 개혁신당이 곧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데 6월 지방선거에서 인기몰이를 할 수 있겠나?

▶인기몰이는 성공과 직결되는 문제다. 지난 연말연시 통합개혁신당의 지지도가 여론조사에서 2위도 나오던데 나는 이런 숫자에 집착하지 않는다. 신당을 만들어 놓고 나와 안철수 대표, 그리고 우리 구성원들이 창당에 부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바른정당을 보자. 창당 전에 기대감이 있었지만 창당 후 개혁보수한다고 했다가 한국당과 다른 모습을 별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 책임은 지금 한국당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져야 한다. 그 사람들이 중요한 당직을 다 차지했다. 그 사람들은 한국당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 탄핵에 대한 찬성 여부를 제외하면 정체성 등의 문제에서 내가 주장해왔던 고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통합신당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국민들이 '저 신당은 행동과 정책이 다르다. 개혁을 해도 책임감 있게 하고,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하고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으면 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 두려워하는 상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못 하고 선명한 정책이나 목소리도 없이 기회주의자처럼 눈치만 보면 성공 못 할 수도 있다. 신당 창당 초반에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 때까지는 안 대표와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창당 초반이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지방선거 전략은 어떤 것인가? 직접 대구시장 선거에 나설 생각은 없나?

▶지금 대구시장 선거에 내보낼 좋은 인재를 열심히 찾고 있다. 나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서울시장이든, 대구시장이든, 그 자리를 통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정치를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정치는 보수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서울시장이나 대구시장이라는 행정직에 가서 활동하는 것이 맞느냐는 고민을 한다. 그래서 이제까지는 '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계속해 왔다. 정치신인 중에 대구 경제를 살릴 만한 그런 역량과 비전이 있는 사람을 모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대구시장은) 정말 괜찮은 정치신인 중에 찾아보자는 생각이다. 머리 아프도록 열심히 찾고 있다.(그는 '적임자가 아무도 없으면 직접 나설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그 가능성은 닫아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과 정면승부를 벌여야 하는데 이길 자신이 있는가?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 본인이 스스로 먼저 '서울시장은 져도 좋지만 대구시장은 지면 문 닫겠다'는 소리를 했다. 그래서 나도 정면승부를 할 것이다. 나는 한국당이 빨리 문 닫는 것이 한국정치가 발전을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보수가 살아난다. 내가 열심히 해서 우리가 한국당 후보를 이길 수 있으면 그것은 한국정치가 발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 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혹시 맞지 않는 부분은 없나? 그 부분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데?

▶안철수 대표와 함께한 공동선언을 봐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경제, 복지, 노동, 교육, 주택, 의료 등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문제는 큰 차이가 없다. 제일 큰 차이라고 인식할 만한 것이 외교안보와 대북 정책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는 호남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롭느냐는 것이다. 우선 안보'대북 정책 측면에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효과가 있을 때 비핵화협상은 그다음에 해야 한다. 한미동맹도 중요하다. 공동선언을 만들면서 안 대표와 생각이 많이 좁혀졌다. 호남 지역주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통합개혁신당은 지역주의를 악용하는 정치는 절대 안 한다고 분명히 선언을 했다. 내가 처음부터 걱정했던 것이 지역주의인데 공동선언을 준비하면서 상당 부분 해소했다. 양당이 100% 같기야 하겠나. 그런데 거리를 많이 좁혔다.

-개헌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한국당은 지방선거 때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데?

▶오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던지는 개헌안이 아니라 국회가 2월이든 3월이든, 빨리 개헌안에 대해 합의를 하도록 해야 한다. 개헌의 내용은 권력구조, 지방분권, 기본권 모두를 포함한 전면적 개헌이 필요하다.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정치인마다 생각이 다른데 나는 나중에 통일이 되고 선진국이 될 때까지는 4년 중임제가 맞다고 본다. 통일이 되고 경제적으로 능력이 생기면 순수 내각제로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나의 오래된 생각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발언을 보면 지방분권 개헌에 반대를 하는 것 같다.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 마지못해 연내 개헌을 얘기하지만 개헌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 국회가 그동안 나온 개헌안을 자세히 검토해서 권력구조, 기본권, 지방분권 등을 담은 국회 안을 마련해서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경제 전문가인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이 사람들이 임금주도 성장,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이상한 것을 갖고 왔다. 최저임금 올리고 근로시간 단축하고 공무원 일자리 늘리고 복지 쪽에 돈을 많이 쓰면 성장으로 연결된다는 황당한 논리다. 환상이고 허구다. 소득주도 성장은 버리고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에만 모두걸기를 하는 분위기다. 혁신성장을 해야 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노사정위원회에서 추진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방안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 노동개혁, 규제개혁, 교육'과학기술 개혁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통스럽다. 그래도 해야 한다. 이 정부가 출범한 지 9개월째인데 혁신성장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와 닮았다. 박근혜 정부도 창조경제라고 해서 전국 17개 시도 창조센터를 재벌들에게 맡기는 정책을 했다. 창조경제를 제대로 하려면 재벌에게 맡겨서는 안 되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 혁신성장과 창조경제의 개념은 비슷하다. 창업과 벤처, 중소기업에서 혁신이 일어나서 거기에서 기업과 산업이 생기고, 그 기업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혁신성장과 창조경제의 요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그것을 재벌들에게 맡겨 버렸으니 말로만 창조경제를 하다가 5년을 허비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완전히 잘못된 정책인가?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것 자체가 완전히 틀렸고 잘못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 잘못된 길을 지금 고집하면서 계속 가고 있다. 청년 일자리 만들겠다며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을 증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도 지금 속도조절을 해야 하는데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는 위험한 상태로 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 사람들이 고집을 버리지 않을 것 같다. 우리 경제가 반도체를 제외하면 잘되는 것이 없다. 현장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진짜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속도가 너무 빠를 것으로 보이니까 소상공인들은 '이 정부 5년 동안 최저임금 오르고 근로시간 단축하겠구나, 급진적으로 추진하겠구나'라고 미리 예상을 한다. 그러니까 '빨리 알바 해고하고, 직원도 줄이고, 설비는 자동화해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시장에 주는 신호가 중요한데 지난 9개월간 안 바뀌었고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경제상황이 앞으로도 어렵게 가겠구나'라는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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