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전·국민의 행복이 개헌 목표
한국당 방향성부터 분명 제시해야
비난 아닌 적극 논리로 국민 설파 때
대통령안보다 설득력 가질 수 있어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 일주일이 된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한다. 가결하든 부결하든 의결에 부쳐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로서 이런 헌법적 요구는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표결을 위해 의사당에 들어가는 의원은 제명하겠다는 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으름장이다. 국회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오히려 한국당이 의결을 주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한국당은 개헌안이 사회주의로 가는 통로라고 성토 중이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 국회 토론과 표결을 통해 부결시켜 폐기 처분해야 마땅하다. 그게 떳떳하고 당당하다. 문제점이 있다면 국회 토론 과정에서 분명히 할 수 있다. 반란표를 크게 걱정할 이유도 없다. 개헌안 표결은 국회법상 기명투표로 한다. 당론을 거슬러 투표할 의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개헌 저지선을 훌쩍 넘는 의석수 아닌가.
지방선거 국면에서 호헌 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불리할까? 과거 5공 시절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반대하던 호헌과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야당 역시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개헌을 하되 시기와 내용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단순히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같이 하면 야당에 불리하다는 식의 반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통령이 주도한 관제개헌이라는 논리도 빈약하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도 개헌 발의권이 있다. '사회주의 개헌 저지' 운운하며 장외투쟁을 시사하는 것도 국민 마음에 썩 다가오지 않는다. 차라리 치열한 토론전을 준비하는 게 낫다.
야당은 비난과 부정이 아니라 적극적인 개헌 논리를 국민들에게 설파해야 할 때이다. 개헌은 말 그대로 국가 백년대계를 재설계하는 중차대한 작업이다. 헌법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는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이전 국회에서부터 개헌 논의를 이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런 가시적 결과물이 없었다는 데 있다. 좋은 말을 나열한 보고서만을 남긴 채 할 일을 다 한 듯 만족한 것이다. 전문부터 부칙까지 조문화된 헌법안을 국민들 앞에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판의 여지도 있지만 대통령 개헌안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회가 대통령 개헌안을 구체적인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대통령 개헌안 논의와 표결을 거부한다면 국회가 그 나름의 개헌안을 조속히 마련하는 게 옳다. 청와대가 개헌안을 가지고 '쑈'를 한다면 국회도 하면 된다. 여당이 안 하려 하면 야당끼리 하면 된다.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적 개헌안을 제시할 수 있다. 청와대처럼 사흘에 걸쳐 하면 더 좋다.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수록 국민의 이해가 넓어질 수 있다. 지난 주말 한국당이 그 나름의 개헌 방향을 제시한 것은 따라서 다행스러운 진전이다.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일종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철저한 삼권분립, 헌법기관들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 제한 등은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다. 핵심 문제는 국무총리 선임 방법인 듯하다. 한국당은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자는 주장이다. 제왕적 대통령 견제를 위해 총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유사내각제'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이 시점에서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에 묻고 싶다. 총리 선임에 관한 국회 권한만 강화되면 개헌안에 동의할 수 있는가. 헌법 전문에 있는 대로 개헌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 강화,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등도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의 확보가 개헌의 목표여야 하는 것이다. 한국당이 국회 개헌안을 6월까지 완성하겠다면 이런 방향성부터 분명히 제시해야 마땅하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헌법의 비전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그런 철학과 고민이 담긴 대안이어야 대통령 개헌안을 뛰어넘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국무총리나 선거제도만이 개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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