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허리띠 졸라매는 '짠테크 전성시대'

"생활비 0원 도전!" 현대판 자린고비

한때
한때 '욜로'를 외쳤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정 반대의 극단적 '짠테크'가 인기를 얻고 있다.

고성장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한국사회 전체가 고용 없는 성장, 저성장 사회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탓에 한때 '욜로'(YOLO)를 외쳤던 많은 이들이 다시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한 달 0원으로 살아가는 극단적인 짠돌이 재테크(짠테크)를 실천하는 이들도 많다. 극도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제는 장기 불황으로 접어드는 가장 위험한 징후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과 가정의 미래를 위해서는 있을 때 최대한 아끼는 짠테크가 조금이나마 생존에 도움이 된다. 한 푼이라도 아끼는 비법을 알아보자.

◆방송가 짠돌이 전성시대

방송가에서 절약을 콘셉트로 하는 '궁상'의 최고봉은 '미운우리새끼'에 출연 중인 이상민이다. 그는 최고의 가수,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리다 사업이 실패하면서 69억원 빚더미에 올라앉았지만 피하지 않고 꿋꿋이 빚을 갚아나가면서 아예 이 모습을 자신의 콘셉트화해 '궁상민'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간식으로 오징어 입을 구워먹거나, 비싼 연어 대신 1천500원짜리 연어 대가리를 근사하게 요리해 먹으며 근검절약하는 그의 모습에 시민들은 시청률로 화답했다.

화려하고 빛나는 연예인의 모습이 아니라 초라하고 때로는 구질구질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게 마음 짠한 호응을 얻기도 했고, 이들 역시 보통 사람이라는 동질감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가수 김종국이 '미우새'에 출연하며 역시 짠돌이 이미지를 내세웠다.

◆주머니 쥐어짜기, 짠테크를 넘어 제로 지출 도전

'짠테크'는 최대한 안 쓰면서 아득바득 쥐어짜 돈을 모으는 극단적 자산 관리법이다. 최악의 취업난에 오랜 기간 백수로 지내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습관이 몸에 밴 'N포세대'의 눈물겨운 생존 방법이기도 하다. 저성장의 그늘이 빚어낸 풍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수입은 78만1천600원으로 지난해 대비 3.1% 줄었다. 최근 3년간에만 무려 13만원가량 수입이 쪼그라들었다. 연소득이 1천만원 미만인 30세 이하 가구는 2013년 4.4%에서 2016년 8.1%로 4년째 늘고 있다.

현실이 혹독해질수록 젊은이들에게는 상상 초월의 짠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인기 애플리케이션(앱)인

'생존 가계부'는 무려 15만 명이 내려받았다. 이 앱은 지출 분석 통계나 그래프 대신 단순히 가진 돈과 생존 기간을 따진다. 생존 기간 전 돈을 다 써 버리면 앱은 "생존을 포기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잔혹 동화 같다.

휴대전화 데이터를 절약해 되파는 이들도 있다. 무료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는 무조건 데이터를 끄고 아껴서 1기가당 3천원 선에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짠테커들은 적은 돈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시간을 아끼지 않고 쏟아붓는다. 무료 기프티콘을 주는 경품 이벤트 등에 수백 번 시도해 성공하면 이 쿠폰을 다시 거래장터 앱을 통해 되판다. 이곳은 쿠폰을 구매하는 사람에게도 이득이다. '팔라고' 등의 거래장터 앱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쿠폰을 20~50%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포인트, 리워드 앱 이용자도 급격히 증가했다. 리워드 앱은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을 통해 게임이나 설문조사, 운동 목표치 등 간단한 역할을 수행하고 일정한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정말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드는 거다.

가장 흔한 것은 잠금해제형. '캐시슬라이드'는 잠금화면을 좌우로 밀 때마다 1원에서 5원가량을 적립해준다. 걷기만 해도 포인트가 쌓이는 운동형 앱도 인기다. '캐시워크'는 100걸음당 1원, 하루 최대 1만 보를 걸을 경우 100원이 적립된다. 걸음 수뿐 아니라 칼로리, 거리, 활동시간도 확인할 수 있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 앱이다.

최근에는 아예 지출을 제로로 만드는 극한의 짠테크도 인기다.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최근 EBS 방송에 소개되면서 이를 따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카구치 교헤이는 'TOKYO 0엔 하우스 0엔 생활'이라는 책에서 필요한 생활용품은 얻어서 사용하고, 심지어 버려진 배터리에서 전기를 끌어오거나 스스로 태양열 발전판을 만들어 '지출 제로'를 실천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런 내용이 전해지면서 한국에서도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 달 중 단 며칠만이라도 '무지출데이'를 실천하거나, 생필품 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변형된 '0원 생활'에 도전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짠테크족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실천을 독려하는 카페도 다양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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