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웃는 모습으로 병원을 나설 때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대장항문 질환은 앓는 사람도 민망하면서 고통스럽지만 치료하는 의사들도 힘들다. 환자가 고령인 경우도 적지 않다.
백성규(47) 계명대동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맡은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70대다. 그래도 백 교수는 이 분야를 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대장항문 쪽을 다루다 보면 사실 지저분한 부분도 있다. 3D(dirty, difficult, dangerous더럽고 힘들고 위험한)라는 외과 중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그만큼 환자에게 행복감을 줄 여지도 많다. 수술 후 회복하는 환자들을 볼 때면 보람도 커진다"고 웃었다.
◆의대 진학부터 로봇 수술까지, 배우는 데 적극적
백 교수는 중학교 때부터 흰 가운을 입겠다는 꿈을 꿨다. 어린 소년에게 의사는 매력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낫게 하는 것에 경외감을 느꼈다. 고교 시절에도 그 꿈은 그대로였다.
고3 때 모두 의대에 지원서를 썼다. 대학입시에서 고배를 마신 뒤에도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재수를 해서 그는 의대에 지원했고, 의학도가 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왕 마음먹고 된 의사이니 잘하고 싶었다. 국립암센터에 가서 1년간 배우고 온 것도, 미국에 가서 로봇 수술 연수를 받은 것도 그 때문"이라며 "갈고닦은 기술을 현장에서 활용하면서 후배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모교에 교수로 있으면서 환자들을 살피고 있으니 지금까진 그 생각대로 된 셈"이라고 했다.
백 교수가 많이 다루는 대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좋은 편이다. 대장내시경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시술방법도 발전해 생존율이 높다.
백 교수는 "2016년 103세 할머니의 대장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험도 있다"며 "대장암 2기라면 80%, 3기일 경우도 70%가 나을 수 있다. 환자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2년 백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어바인(Irvine) 캠퍼스를 찾아 1년간 로봇 수술 연수를 받았다. 로봇 수술이 한창 주목을 받기 시작할 때였다. 로봇 수술의 대가에게서 배우면서 우리나라의 의술 수준이 의료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걸 실감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환자 처우와 관리 등에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고, 의사들이 환자를 좀 더 세밀히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것은 내심 부러웠던 부분이다.
백 교수는 "조이스틱을 이용한 로봇팔은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손 떨림도 보정할 수 있다. 손목도 부드러워 정교한 수술도 문제없다. 직장암 수술처럼 공간이 좁은 상황에서 시야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보험이 적용된다면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단점도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환자가 웃으면서 나갈 수 있는 병원을 꿈꾼다
백 교수는 현재 계명대동산병원의 암센터 암 진료팀장이자 응급의료센터장이다. 두 센터 모두 환자를 많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특히 '응급실'로 불리는 응급의료센터는 조용할 날이 없다. 환자는 넘치고, 의료진은 일손이 모자라 늘 바쁘다.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인 만큼 긴박한 상황도 많다.
그는 "기본적으로 환자가 각 대학병원 응급실에 너무 많이 몰린다. 다들 일손이 상당히 부족해 안간힘으로 버틴다. 진짜 응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만 와도 훨씬 더 나은 수준의 진료가 가능할 것"이라며 "먼저 온 순서가 아니라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에 따라 진료 순서가 바뀔 수 있다는 걸 환자 보호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더 힘들다"고 했다.
백 교수는 아직 젊지만 로봇 수술에는 이미 일가견이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4년 '단일공 로봇 수술'에서 복부에 두 개의 구멍만 내 시술하는 대장암 수술 기법을 국내 최초로 시행한 바 있다. 백 교수는 "기존 단일공 로봇 수술에 추가로 작은 구멍(8㎜)을 더 낸 뒤 손목이 자유로운 로봇팔을 삽입, 더 정교하고 안정된 수술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며 "2016년에는 직장암 수술에까지 이 기법을 적용했다"고 했다.
그는 환자가 울면서 들어왔더라도 웃으며 나갈 수 있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게 의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환자 치료뿐 아니라 환자의 의지를 북돋우고 용기를 주려고 애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후배들도 그런 의사이길,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길 바란다.
백 교수는 "고등학교에서 가장 똑똑한 친구들이 의대에 올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보다는 자기를 희생할 줄 알고 충실히, 성실히, 꾸준히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후배가 되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론 훌륭한 아빠로서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고 싶다. 또 이곳의 대장항문 분야가 더 발전해 지역민이 마음 놓고 찾아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남은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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