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오해와 진실

'오해와 진실은 구분하기 어렵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역사상 최고 미인이었을까? 파스칼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란 명언을 남겼지만, 그녀는 미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연구에 따르면 당시에 주조된 동전은 그녀를 커다란 매부리코에 살 많은 목덜미를 가진 못생긴 여성으로 묘사했다. 그녀가 로마 권력자인 카이사르, 안토니우스를 사로잡았으니 당연히 미인일 것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그녀는 미모가 아니라 재치와 지성으로 로마 권력자들과 정치적 연대를 맺고 이집트를 다스렸다. '지적이고 매력적인 여성' 클레오파트라를 둘러싼 오해와 착각은 2천 년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정될 기미가 없다.

프랑스혁명 직전의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 사건도 오해와 착각의 대표적인 사건이다. 1785년 왕비의 이름을 사칭한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이 일어났는데, 왕비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마치 오스트리아 출신 왕비의 낭비벽이 이 사건을 초래한 것처럼 오해받았고,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클레오파트라가 없었더라면 로마는 이집트를 합병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그녀로 인해 시간이 늦춰졌을 뿐, 합병은 피할 수 없었다. 목걸이 사건이 없었더라도, 프랑스의 사회적 모순이 폭발 직전이어서 혁명은 불가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돌아보자. 300여 꽃 같은 생명이 사라졌는데도, 대통령이 자리를 비웠으니 온갖 괴소문이 횡행했다. '남자와 같이 있었다' '성형수술 중이었다' '미국이 동영상으로 협박해 사드를 배치했다'는 둥 별별 상상과 오해가 판을 쳤다. 알고 보니 사고 지휘는 하지 않고, 최순실과 함께 있었던 모양이다. 박 전 대통령이 '7시간' 미스터리를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을 때부터 정권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지원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의혹으로 시끄럽다. 대중들은 본질보다는 김 원장이 여비서와 동행해 9박 10일간 외국 출장을 다녀왔다는 데 더 관심을 쏟는다. '김기식 여비서'가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고 여비서 신상 털기가 벌어졌다. '세월호 7시간'처럼 이상야릇한 상상과 비약이 판을 치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를 정도다. 정치는 명쾌함이 생명이다. 오해와 착각은 패망의 지름길임을 역사가 증명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