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봄, 전국에서 가장 뜨겁게 조명받고 있는 지자체가 바로 '의성'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거치며 "영미! 영미!"로 전 국민을 열광시킨 '컬벤저스'의 고향으로 알싸한 마늘맛을 각인시켰고, 많은 이들을 시골의 추억과 향수에 잠겨 들게 한 힐링 무비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나는 연날리기를 실컷 즐겼다면 이제 푸른 의성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자. 의성은 작은 도시이지만 신라시대부터 오랜 역사를 지닌 고장이다 보니 꽤 볼 만한 곳이 많다. 마치 리틀 포레스트 속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과 재하(류준열 분)가 된 듯 유유자적 봄날의 시골길을 걸으며 푸르른 자연을 만끽해 보자. 고운사의 녹음 짙은 소나무길도 좋고,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리의 귀농 욕망을 불러일으킨 사곡면 오상리 일대 드넓은 마늘밭도 좋겠다.
◆ 고운사
#의상대사가 창건한 솔내음 가득한 '천년 솔숲'
이름도 고운 '고운사'는 '외로이 홀로 떠 있는 구름'(孤雲)이라는 의미다. 신라말 유·불·도교에 통달해 신선이 됐다는 최치원이 고승과 함께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축한 후, 그의 호인 고운(孤雲)을 빌려서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전한다. 의성에서도 가장 북쪽, 안동 땅에 가깝다.
고운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사람들을 반기는 것이 솔내음 진하게 내뿜는 천년 솔숲이다. 수십m에 달하는 높은 소나무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어져 서로 몸을 기대고 있다. 아예 X자로 기울어진 소나무가 이채롭다. 1㎞가 넘는 솔숲길은 황톳길로 조성돼 있어 차로 지나기보다는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느리게 걸으면 여러 가지 풍경들이 하나하나 눈 속에, 마음속에 담긴다. 늘 봐오던 단풍나무지만 봄날에 만나는 단풍나무는 또 새롭다. 다섯 개로 갈라지는 고사리손 같은 잎 모양은 아직 잎사귀를 펼치지 못하고 마치 거북손처럼 손가락을 포갠 모습이다.
고운사는 양쪽 계곡의 합류지점 산록에 대웅보전을 세우고 주변 계곡을 메워 넓은 마당을 만든 형태로, 일주문이라 할 수 있는 조계문을 기점으로 계곡을 따라 Y자형으로 건물이 배치돼 있다. 그 중 계곡 위에 놓인 누각 '가운루'에서 바라보는 대웅보전의 모습이 압권이다. 뒤에 놓인 소나무로 가득한 등운산(騰雲山)이 거대한 달덩이처럼, 혹은 포근한 어머니의 품처럼 뒤를 받치고 있다.
고운사는 화엄종의 시조인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로, 현재 안동·영주·봉화 등 60여 개 사찰을 관장하는 조계종 16교구 총본산이다. 사찰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솔숲길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돌아보고 나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 오는 고즈넉한 운치가 있다. 사찰을 모두 둘러본 뒤에는 절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앉아 잠시의 여유를 즐겨도 좋다.
◆ 산운마을
#구름도 쉬어가는 곳, 전통 고가옥 구경오세요
삼국사기 지리지와 고려사, 신증동국지리지 등 역사서에 따르면 의성 지역에는 조문국(召文國)이라고 하는 삼한시대 초기 국가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조문국의 존재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금성면 일대 고분군이 있는데, 이 지역의 고분들은 다른 것에 비해 규모가 월등히 크다.
그리고 금성면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금성산 수정계곡 아래 구름이 감도는 모습을 보고 구름도 쉬어가는 곳이라고 해 이름 붙여진 '산운마을'은 옛 조문국의 도읍지 금성면 산운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의성의 대표적인 고택촌으로 '대감마을'로 불리는 영천 이씨의 집성촌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현재에서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기분이다. 도포에 삿갓을 쓴 선비가 골목길을 따라 어디선가 걸어나올 것만 같은 운치가 넘친다. 조선 명종 때 영천 이씨의 입향시조인 학동 이광준을 위해 지은 학록정사(지방유형문화재 242호)와 지방중요민속자료인 소우당, 운곡당(전통건조물 11호), 점우당(전통건조물 12호) 등 전통 고가옥 40여 채가 옛 숨결을 품은 채 산운마을을 지키고 있다. 마을 입구와 점우당 등 곳곳에서 과거에 급제하거나 벼슬이 올라가면 집 주위에 한 그루씩 심는다는 회화나무가 관광객들을 반긴다.
산운전통마을 바로 옆에는 자연학습장 및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된 산운생태공원이 자리해 있어 자녀와 함께 돌아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의성군이 2006년 폐교된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생태관에는 의성군 유래와 특산품·관광코스 및 지역행사를 알 수 있는 홍보관을 비롯해 지신과 화산활동, 인류의 진화, 공룡화석과 공룡의 연대기, 산운마을의 유래와 지방문화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50여 종에 이르는 나무와 풀꽃들이 자라고 있고, 관찰데크 등이 조성돼 있어 다양한 식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 의성 전통시장
#매운 닭발·흑마늘 맥주…골라 먹는 재미 있다
여유로움을 만끽했다면 배를 채울 순서다. 읍내에 위치한 의성전통시장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골장터 특유의 정취와 인정은 살아있지만, 복합문화공간과 특화거리 터널 조성 등을 통해 현대적인 감각도 더했다.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카페와 버스킹존, 공예품 판매 공간 등이 있어 한결 여유롭게 시장 구경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2일과 7일이 장날로, 의성의 특산물인 마늘과 함께 양파, 홍화, 고추, 참깨 등이 많이 거래된다.
하지만 이곳의 의외의 명물은 '닭발골목'이다. 뼈를 발라낸 닭발을 화덕에서 연탄불에 두 번 구워내 매운 양념맛과 화근내가 제대로 입맛을 자극한다. 1946년 의성시장 개장 이후 7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먹거리 명소다. 지난 2013년 아케이드 설치 사업을 통해 깔끔한 모습으로 재단장해 관광객들이 들르기에도 좋다. 장날이 아니라도 닭발골목은 항상 문을 연다. 그 외에도 의성전통시장에는 즉석에서 만드는 어묵, 양념치킨,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핫도그와 찹쌀도넛 등을 사먹는 재미가 있다.
최근 문을 연 시장의 복합문화센터 '궁스테이'에서는 또 하나의 이색 먹거리가 등장했다. 바로 의성 특산물인 흑마늘을 원료로 한 '흑마늘 맥주'다. 여느 흑맥주맛과 비슷하지만 알싸하고 달근한 마늘 특유의 맛이 맥주를 처음 들이켠 순간과, 마지막 목넘김을 끝낸 후 혀끝에 남는다. 강렬한 마늘맛이 아니기 때문에 맥주맛과의 어우러짐도 좋다. 그 외에도 이 센터에는 커피숍과 수공예품, 방향제, 액세서리 등 특산물 판매장 등이 마련돼 있어 시장을 둘러본 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다.
'마늘'과 '한우'로 유명한 의성에서 마늘소 맛을 봐도 좋다. 의성읍에도 마늘소를 판매하는 수많은 한우고기 식당이 있으며, 10여분 거리의 의성IC 주변 봉양면에 '의성마늘소먹거리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신선한 소고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안계면에도 '마늘목장 한우타운'이 조성돼 있다.
◆그 외 추천 지역
#편안한 시골 풍경, 힐링이 되는 오상리 마늘밭
의성을 작은 도시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의성군 면적은 약 1천175㎢로 서울 면적(약 605㎢)의 2배에 육박한다. 1개 읍과 17면의 구성돼 있다. 이동경로를 감안해 꼼꼼하게 일정을 잘 잡아야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다.
▷사곡면 오상리 일대 마늘밭…리틀포레스트 촬영지. 특별히 볼만한 곳을 찾기보다는 편안한 시골 풍경이 마음에 위안을 준다.
▷점곡면 초해고택…풍산 류씨 가문의 고택으로 의성군 지정 한옥스테이.
▷금성면 조문국사적지…경덕왕릉을 비롯해 200여 기의 고분군이 있으며, 5월 작약꽃이 만발한다.
▷춘산면 빙계계곡과 빙계서원…한여름에도 영하를 기록하는 경이로운 계곡과 고즈넉한 서원 분위기가 휴식을 주는 곳.
▷단밀면 낙단보야경…낙동강 3대 정자 중 하나인 관수루의 처마를 모방한 외관이 아름답다. 관수루에 오르면 낙단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점곡면 사촌마을…상수리나무, 팽나무 등 수십 종의 수종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가로숲과 만취당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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