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이제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 코넬대,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회장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 코넬대,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회장

특화산업 전략 지역별 비슷비슷

대구경북 비교우위 산업 분석을

첨복 세계 유일 3대가속기 집적

스마트 전문화 통해 적극 활용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 년간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각각 미래형 자동차와 물산업 및 로봇산업, 첨단성형가공과 센서, 화장품 및 탄소섬유와 소재산업 등 신성장동력산업을 집중육성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2016년 대구의 실질경제성장률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0.1%)를 기록했고, 경북 역시 도청이전 등 공공행정의 급성장에도 2.4%를 기록하며 전국 16개 시도 평균(2.8%)에 못 미쳤다.

이제 우리 지역에서는 기존의 생각이나 방식으로는 풀리지 않는 고질적인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생각의 전환', 즉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필요하다.

패러다임 시프트의 실행 전략으로 최근 EU 국가를 중심으로 각광받는 '스마트 전문화'(Smart Specialization)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전문화 전략은 2011년부터 EU에서 저성장, 실업문제 해결책으로 주목하는 지역정책 및 산업정책 이론이다. EU는 그동안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주력산업 및 미래 성장동력산업 육성을 위해 획일적으로 적용한 지역발전정책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지역별 및 산업 분야별 특성'잠재력에 기초한 스마트 특성화 전략을 채택했다.

EU는 스마트 전문화를 위해선 해당 지역의 지식기반이 독특하고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역특화산업육성 전략은 지역별로 거의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 대부분 지역이 인기위주의 ICT, 나노, 바이오산업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다 보니 지역특화 산업 자체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제 우리 지역에서는 맹목적으로 인기있는 산업 분야만 쫓아가기보다는 객관적인 분석에 근거해 비교우위를 지닌 분야를 발굴'육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지역의 기업, 특화센터와 기관, 대학 등의 움직임과 지역인프라와 경제구조 등을 '관찰'해야 한다.

스마트 전문화와 관련해 우리 지역이 타 지역 대비 경쟁우위를 확실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략적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대구경북에 집적되어 있는 세계 유일의 3대 가속기(제3세대와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양성자가속기)이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보유 중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순수기초과학 분야와 의료기기 등 바이오산업, 미래 청정에너지, 2차 전지, 차세대 반도체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우리 지역만의 전략자산 중 하나다. 양성자가속기 역시 여러 분야 첨단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전략적 연구시설이다.

스위스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중심으로 대도시 바젤에 글로벌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세계 1위), 로슈(3위) 등을 비롯한 900여 개의 제약회사로 대형 산업단지를 형성하면서 5만여 명을 고용하는 등 제약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시켰다. 우리 대구경북에서도 이런 스마트 전문화 전략이 꼭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경북 포항시와 포스텍을 중심으로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신약개발을 추진하는 'NBA'(Next Bio/Accelerator) 프로젝트나 '바이오개방형혁신센터'(BIOC) 설립 등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용경쟁이 치열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빔 타임'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이다. 스마트 전문화를 통해 바이오 분야 스타기업을 육성하려면 기업, 대학, 연구기관, 지방정부, 시'도민 등 이해당사자들의 협력이 요구된다. 우리 지역의 전략자산인 가속기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지역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는 열쇠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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