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재벌 개혁의 당위성

'재벌과 일반인은 아예 신분이 다르다.'

재벌평론가 홍성추 씨는 저서 '재벌3세'(황금부엉이 간)에서 재벌을 이렇게 정의했다. "재벌은 돈이 많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소수의 집안이 몇 대에 걸쳐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이어오면서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되었다. 의식주에서부터 교육, 그리고 향유하는 문화는 일반인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

재벌은 조선시대 신분제 사회처럼 일반인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귀족 계급'이라는 의미다. 재벌 3세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관리된다는 말이 있다. 이들은 각 재벌의 가풍과 여건에 맞게 제왕 교육을 받으며 마치 여왕벌이 애벌레 시절부터 로열젤리만 먹고 자라는 것처럼 특별하게 훈육된다. 그룹 전체가 동원돼 우선주 증여와 지분 양도, 합법적인 출자구조 같은 편법을 통해 후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공통적인 풍경이다.

어릴 때부터 '도련님, 아가씨' 소리를 듣는 환경에서 자라난 이들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때 어떤 일이 생길까. 한진그룹의 조현아'현민 자매처럼 직원을 노예나 가축 부리듯 제멋대로 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자신만 귀하게 대우받고 떠받들리는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아랫것'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아예 배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요즘 제기되는 재벌의 문제점은 '귀족 계급, 직원'하청업체 갑질, 편법 승계, 3'4세의 무능' 등이다. 이런 재벌 체제를 옹호하는 학자들이 꽤 있다. 그들의 논리에 합당한 구석도 많지만, '다른 나라에는 한국 같은 재벌이 있느냐'고 물으면 답변이 옹색해진다. 재벌은 한국에만 존재한다. 구미'일본에서는 창업주의 2, 3세로 내려가면 전문 경영인이 경영한다. 경영 DNA는 절대로 유전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자본주의 국가는 '오너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상식이다.

몇 년 전 한 외국 언론이 재벌 3세의 고속 승진을 두고 이렇게 비판했다. '비즈니스 감각을 갖췄다면 괜찮다. 아니라면 한국 전체가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요즘 상황을 보니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야 할 것 같다. '비즈니스 감각에다 제정신을 갖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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