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사강의 LIKE A MOVIE] 영화 '아이 필 프리티'

*관련영화: #내겐너무가벼운그녀 #브리짓존스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 #미녀는괴로워

*명대사 : "이게 저에요? 겁나 예뻐졌잖아요"

*줄거리: 패션과 뷰티에는 관심 많지만 외모에는 영 자신 없는 '르네'(에이미 슈머)는 살을 빼기 위해 등록한 헬스클럽에서 머리를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걸까. 갑자기 내가 믿을 수 없이 예뻐 보인다. 예뻐지고 싶었던 본인의 소망을 이룬 '르네'는 자신이 다니던 명품 화장품 브랜드의 안내원 자리를 꿰차고, 자신감에서 뿜어나오는 유쾌한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 매혹하기 시작한다. 썸남 '에단'(로리 스코벨)도, 상사 '에이버리'(미셸 윌리엄스)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 필 프리티
아이 필 프리티

어느 때보다도 페미니즘의 바람이 강한 시대, 영화계에도 여풍이 분다.

남성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가 끼기에는 멋적을 만큼 극장가의 여성 파워는 단호하고 자존감이 드높다. 장르의 선택부터 다채롭다. 남성 도둑단의 액션극 시리즈였던 '오션스' 시리즈는 이번에 여성 그룹으로 조직되어 '오션스8'으로 탄생했고, 여배우이자 과학자였던 여성의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밤 쉘, 여성 인권 투쟁 실화를 그린 드라마 '거룩한 분노', 여성 원톱 액션물 마녀와 위안부 문제를 조명한 허스토리까지 다양한 여성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남성 캐릭터 일색인 영화계에서 빛을 받기 힘들었던 여성 영화. 이 토록 다양하게 스크린의 중심에 서게 된 적이 있을까.

아이 필 프리티
아이 필 프리티

이 중에서 '아이 필 프리티'는 오랜만에 여성 관객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통쾌한 코미디 영화다. 여성의 외모 기준이 중요하고 보편화 되어있는 사회의 통념을 유쾌하게 비웃어 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르네 베넷은 옷가게에서 맞는 사이즈가 없어 맘 상해 봤거나 뷰티 크리에이터를 따라 하다가 오히려 망친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다. 르네 베넷 역의 에이미 슈머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각본가, 프로듀서, 배우로 활약하는 재주꾼으로 몸 개그, 춤과 멜로 연기까지 일당백이다. 여성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소재의 입담으로 팬덤을 만들어온 그녀답게 때로는 소심한 듯, 때로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그녀를 바라보다가 마구 터진 웃음에 배를 잡게 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뷰티 꿈나무 르네 베넷(에이미 슈머)은 뛰어난 패션센스와 매력적인 여성이다. 다만 유일한 컴플렉스는 통통한 몸매. 거울 속 자신을 볼 때 마다 뚱뚱하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늘 사이즈에 민감했고 오늘도 살을 빼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았다. 다이어트 운동인 스피닝에 열중하여 가열차게 페달을 밟다가 헬스클럽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다. 깨질듯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겨우 일어났는데, 이게 어떻게 된일일까. 거울 속의 내가 극도로 예뻐 보인다. 믿을 수가 없지만 극도로 원했던 그 완벽한 몸매를 얻었다. 드디어 소망한 바를 쟁취하자, 더할 수 없는 만족감과 자신감으로 충만해진다. 뚱뚱한 르네 베넷은 가고 꿈에 그리던 완벽한 르네 베넷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고 이후, 그 동안 할 수 없다소 생각했던 일들을 하나씩 도전한다.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만 취직된다는 뉴욕 5번가의 명품 화장품 회사에 지원해 당당하게 면접을 보고, 남자에게 먼저 대쉬하고, 회사 CEO 앞에서 똑 부러지게 스스로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등 거침없이 직진한다.

아이 필 프리티
아이 필 프리티

물론, 남들이 보는 그의 외모는 전과 똑같다. 본인의 사고방식만 바꼈을 뿐이다. '아이 필 프리티'는 이를 통해 자기 본연의 모습을 사랑하라고 역설한다. 이는 요즘 대두되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탈코르셋'이란 사회가 원하는 정형화된 통념에 의한 여성의 모습을 거부하는 운동이다.여성의 몸을 옥죄는 속옷인 코르셋을 벗어던진다는 의미로 짙은 화장, 브래지어 등 여성다움을 위한 신체 구속과 가부장적인 억압을 거부하는 움직임이다. 국내 인스타그램에도 머리를 싹둑 자른 사진과 함께 '탈코르셋'이라고 해시태그를 한 이용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한 뷰티 유튜버는 탈코르셋 운동을 선언하며 유튜브 채널을 닫기도 했다. 보여지는 것에 유난히 집착하는 소셜미디어였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도 이런 바람이 분다는 사실이 진귀하고 아이러니하다.

아이 필 프리티
아이 필 프리티

르네 베넷이 예뻐졌다고 믿게 된 후에는 어떤 배우가 그 역할을 할까? 이렇게 궁금해해봄직하지만 이 영화에는 한 배우만이 주인공이다. '아이 필 프리티'는 미녀와 추녀를 비교하지 않는다. 그간 비슷한 소재를 다루어온 영화들이1인2역으로 비포애프터를 보여준데에 비해 르네 베넷에게만 보이는 그 완벽한 여성은 영화에 한 번도 담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가치관은 더욱 빛난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소심했던 그녀는 오로지 관념의 차이로서 당당하게 빛나진다.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하게 된 그녀의 모습은 조금도 밉지 않다. 모두가 르네를 사랑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먼저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그녀이게에 스스로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그녀를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 필 프리티
아이 필 프리티

옷 장을 뒤지면 입을 옷이 없고, 오늘따라 못 생긴 것 같을 때, 르네 베넷을 보고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외면이 아닌 내면에 있다. 요컨대 '예뻐지기'가 아닌 '나를 사랑하기'. 영화는 가장 나다운 모습이 가장 매력적인 자신으로 마주하는 길이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밤쉘

배우와 과학자라는 두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헤디 라머는 194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배우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백설공주 캐릭터의 모델이자 캣 우먼의 탄생에 영감을 주기도 한 헤디 라머는 어려서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그녀는 '주파수 도약' 기술을 발명해 내는데, 이 기술은 오늘날 '와이파이', '블루투스' 기술의 초석이 되었다. 배우, 이민자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발명 특허권을 박탈당하고 인정받지 못하던 그녀의 업적은 1990년 포브스지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영화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그녀를 집중 조명한다.

◆허스토리

1992~1998 6년의 기간, 23번의 재판, 10명의 원고단, 13명의 변호인. 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에 당당하게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실화 이야기다. 김희애가 원고단의 단장을 맡아 피해자들의 법정 투쟁을 이끌어 가는 문정숙 역을 맡아 열연하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실력파 배우들이 원고단 할머니 역으로 가슴 뜨거운 연기를 선보일 예정. '히스토리'가 아닌 '허스토리'인 제목에도 의미가 있다. 이 영화가 '여성들의 역사와 이야기'임을 뜻하고자 '히스토리'(History·역사)의 'Hi'를 여성 대명사인 'Her'로 바꿨다.

◆스탠바이, 웬디

주인공 '웬디'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행복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위해 평범했던 일상을 박차고, 샌프란시스코에서 LA 파라마운트 픽처스까지 600km의 모험을 떠난다. 집을 떠나기 전까지 '웬디'는 모두를 위하는 것이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 채. 그렇기 때문에 '웬디'는 멘토 '스코티' 선생님이 정해준 계획과 언니 '오드리'와의 약속을 잊지 않고 꼭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덕분에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매일 고뇌하고 걱정하는 '웬디'의 하루는 '세상이 내 맴 같지 않다'는 것이 어떤지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준다.

이사강 CF·뮤직비디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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