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경북지역 노선버스 일부가 운행 감축에 돌입, 주민 불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버스업계 노사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감소분의 보전을 두고 첨예하게 갈등하면서 '파업'이라는 뇌관도 남겨뒀다. 정부가 탄력근로제 도입 등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과는 동떨어진 임시방편이라는 평이 나온다.
◆시외·시내버스 감회…현실로 다가온 주민 불편
다음 달부터 경북지역 시외·시내버스 등 노선버스 일부 노선은 줄어든 근로시간에 맞춰 운행 횟수 줄이기 등에 나선다.
버스업계 등에 따르면 칠곡에서 대구공항을 오가던 시외버스는 승객이 적어 적자라는 이유로 이달 30일부터 하루 4번 운행하던 것을 1번으로 줄인다. 대구 서부정류장을 출발해 달서구 홈플러스 성서점, 구미공단을 경유, 구미 종합터미널까지 가는 노선도 하루 33회에서 27회로 6회 줄어든다.
이처럼 경북 버스업계와 도는 노선 37개에 대해 60여 회를 줄이는 조정안을 마련했고, 도의 승인을 받은 버스업체는 최종 조정된 노선안을 이달 중 확정, 각 터미널에 공시한다. 앞서 버스업계는 전체 429개 노선의 33.8%에 달하는 145개 노선의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경북지역 일부 시내버스 업계도 노선 축소를 피할 수 없다. 당장 안동시는 지난주 시내버스 업체 3곳과 경상북도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노선 19개를 조정, 일부 지선버스 운행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안동대에서 임하댐 방향으로 하루 4차례 다니던 11번 버스가 운행을 중지하는 식이다.

경산 등 다른 지자체도 노선 일부의 조정을 두고 협의 중이어서 파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북 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버스업계는 만성적인 운전자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지금도 적정 인원보다 10%가량 적은 숫자가 일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버스대란'은 피하게 됐지만, 비수익·장거리 노선 일부의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임금보전 갈등…파업으로 이어지나
노선 감축보다 더 큰 문제는 임금보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빚을 파업이다. 버스노조 등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월 근로일수가 기존 23일에서 21일로 줄어 월급 40만원 가량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1년차 버스 운전자 기준 월 310만원 정도의 임금이 270만원으로 줄고 세금 등 제외 시 200만원 초중반 월급이 버스 운전자 손에 떨어진다.
버스노조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기준법 개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월급 40만원이 줄어드는 것을 용납할 노동자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라면서 "정부나 업체 측이 이를 보전해주지 않으면 생존권 투쟁 차원에서 파업은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했다.
경북 버스업계는 노조 측의 ▷기존 23일 평균 근로일수에 대한 임금보전 ▷임금 15% 인상 ▷탄력근로에 따른 월 8시간 연장근로 인정(6만9천여원) 주장에 사측의 ▷임금보전 불가 ▷임금 약 4%(10만원) 인상 ▷연장근로는 인정 안이 충돌하며 임금협상이 결렬, 경북지방노동위 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주 중 시외·시내버스 노조의 조정신청 결과가 나올 예정이지만, 양측의 이견이 워낙 커 파업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주 업체별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찬성률 97%를 기록해 압도적 지지를 얻었고, 다음 달 10일까지 경북도청 앞에서의 집회신고를 해두는 등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준비를 마쳤다.

경북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노선버스 파업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칠곡군은 농어촌버스를 운영하는 한 업체 노조가 조만간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주민 불편을 우려하고 있다. 이 업체는 군내 11개 노선 19대 버스(일일 123회)를 운행하고 있다. 군은 임시로 전세버스 7대, 군 관용차량 2대 투입 준비를 하고 있다. 구미시도 파업에 대비, 전세버스를 알아보고 있다.
◆대책은 결국 정부 재정 투입?
버스업계와 노조 측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운전기사 확보, 노선 감회 방지 등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투입 확대 외에는 근본 해법이 없다고 강조한다. 노선버스 운행이 공공성이 있는 만큼 저임금·고강도의 근무 특성을 가진 운전기사 처우 개선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 실제 대구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는 대구모 재정투입을 통한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이어서 이번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버스대란'에서 비켜서 있다.
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저임금 구조 고착화로 퇴직금 감소를 우려한 고연차 운전기사의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 내년 7월 근로시간 52시간에 맞추려면 운전기사 수백 명을 더 고용해야 할 판인데, 지금 같은 분위기로는 추가고용은 커녕 있는 운전기사 지키기도 버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재정지원 확대로 임금처우를 개선하면 오지 말라고 해도 운전기사가 몰릴 것이다. 정부는 탄력근로제, 처벌유예와 같은 미봉책으로 면피하지 말고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달 31일 노선버스 업계와 노사정 합의로 ▷내년 6월 말까지 탄력근로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 보전과 운전자 신규 채용 노력 ▷올해 말까지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법 개정과 함께 시작해야 할 논의를 버스대란 논란이 벌어지자 이제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북 버스업계 노조 측 관계자는 "노선버스 업계 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정부가 나서서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어차피 지금도 벽지·비수익 노선 유지를 위해 재정지원금, 손실보전을 해주고 있다. 이 금액을 확대하거나 버스요금 인상 등으로 임금감소에 따른 운전기사 생존권 위협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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