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일본이 벨기에에 2대3으로 패하면서 한국의 월드컵 2대3 패배 두 경기가 회자되고 있다. 1골만 더 넣었다면 무승부를, 그 이상 넣었다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은 물론 월드컵 성적까지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3일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2골을 먼저 넣은 후 내리 3골을 헌납해 패배했다. 후반 초반 승기를 잡았을 때 2골을 넘어 1골만 더 넣었더라도, 후반 막바지 벨기에의 피지컬에 밀려 3골을 내주며 무너졌더라도 무승부에 따른 연장전 및 승부차기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짙다.
그러면서 아시아팀의 득점력이 각 대륙 가운데 가장 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역대 월드컵 기록을 살펴보면, 아시아팀이 3골을 넣은 것은 단 2경기뿐이며, 4골 이상 넣은 경기는 단 한번도 없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에 2대3 패배
한국도 골을 넣은 순서나 경기 분위기는 다르지만, 일본이 벨기에에 당한 것처럼 아쉬운 2대3 패배를 당한 적이 있다. 두 번 있다.
첫번째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탈리아에 2대3으로 패한 것이다.
당시 경기에 대해 심판의 일방적인 이탈리아 편들기가 있었다는 보도가 다수 나온 바 있다. 당시 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인 주심 소치는 전반 33분 이탈리아 공격수 바그니가 허정무의 얼굴을 가격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관중의 야유가 쏟아지자 옐로우 카드를 들었다. 이어 한국 골대 페널티 라인 안에서 이탈리아 선수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졌는데, 심판은 이를 두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항의하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옐로우 카드를 남발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한국은 동점까지 가는 승부를 썼다. 전반 17분 알토벨리가 골을 넣어 0대1로 끌려가다 후반 17분 최순호가 골을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다 알토밸리가 추가골을 넣어 1대2, 조광래의 자책골로 1대3까지 끌려가다가 후반 38분 허정무가 추격골을 넣었다. 그러나 결국 승부는 2대3 패배로 끝났다.
당시 A조 조별리그 결과는 1위 아르헨티나(2승 1무), 2위 이탈리아(1승 2무), 3위 불가리아(2무 1패), 4위 한국(1무 2패)였다. 그런데 3위 불가리아가 각조 3위 6개국 가운데 4개국을 16강에 진출시키는 와일드카드를 6개국 중 3위로 배정받았다.
만일 이탈리아와 3대3으로 비겼다면, 이 와일드카드는 한국의 몫이었다. 당시 와일드카드를 받은 4개국 가운데 불가리아가 2무 1패에 득점 2 및 실점 4로 3위, 우루과이가 역시 2무 1패에 득점 2 및 실점 7로 4위였다. 한국이 이탈리아와 비겼다면 2무 1패에 득점 5 및 실점 7로 다득점에서 불가리아에 앞서 조 3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각조 3위 6개국 가운데서도 우루과이에 앞설 수 있었다.
물론 이 가정은 1대3으로 2점차로 패배한 아르헨티나전을 제외하고, 1대1로 비긴 불가리아와의 경기 결과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만약 불가리아를 이겼더라면 이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1대0으로 꺾은 이후 두번째 아시아팀의 월드컵 승리 기록이 된다. 아울러 당시 북한의 8강(지금의 16강과 같은 토너먼트 첫 대진) 진출에 이은 아시아팀의 두번째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 기록도 쓸 수 있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독일에 2대3 패배
두번째는 1994년 미국 월드컵 C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에 2대3으로 패한 것이다.
당시 경기는 전반전 독일의 3대0 승리, 후반전 한국의 2대0 승리로 수식된다. 경기내용이 그랬다. 전반전 독일은 클린스만이 12분, 리들레가 20분, 클린스만이 다시 37분 골을 넣었다. 이어 후반전 한국은 황선홍이 52분, 홍명보가 63분 골을 넣으며 추격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후반전 한국은 경기장 절반만 쓰면서, 즉 독일 쪽 그라운드에서 파상공세를 이어나갔다. 당시 평균연령이 높던 독일 선수들이 지쳐 후반으로 갈수록 한국 선수들에게 끌려다녔다는 분석이다.
당시 구도만큼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 한국 대 독일의 승부에서 비슷하게 재현됐다. 다만 한국은 후반에는 똑같이 2골을 넣은 것은 같지만,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았다는 게 다르다.
아무튼 당시 독일에 2대3으로 패하면서 한국은 2무 1패에 조 3위로 월드컵을 마무리했다. 당시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각 조 3위 6개국 안에는 들었다. 여기서 4개국이 16강에 진출했는데 한국은 6위를 기록해 탈락했다.
당시 각 조 3위 6개국 가운데 4위로 턱걸이를 한 이탈리아의 성적은 1승 1무 1패, 5위로 아깝게 떨어진 러시아는 1승 2패, 이어 6위 한국은 2무 1패였다.
따라서 독일과 비겼어도 3무라서 러시아에 밀려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시 독일과의 후반전을 한국이 장악했던만큼, 2골 이상의 추가골을 충분히 넣을 수 있었다는, 당시 축구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의 아쉬움이 있다.
또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불가리아와 1대1로 비긴 것이 아쉬움을 남긴 것과 똑같이,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도 2차전 볼리비아와 0대0으로 비긴 것이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만일 볼리비아를 잡았더라면, 1승 1무 1패로 당시 각 조 3위 6개국 중 4위로 통과한 이탈리아와 동률이 되는데, 이탈리아가 득점 2를 기록했던 반면, 한국은 스페인전 2골거과 독일전 2골에 볼리비아 전 최소 1골을 더할 경우 득점 5로 다득점에서 앞서 이탈리아를 밀어내고 턱걸이를 할 수 있었다.

◆아시아팀 분위기 타고 골 휘몰아칠 줄 몰라 아쉬워
그러면서 아시아팀은 왜 3골 이상 넣기 힘들고, 4골 이상은 이뤄내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함께 예선을 치르고 있는 오세아니아의 호주까지 더해 살펴보면, 역대 월드컵에서 아시아팀 가운데 북한이 먼저 3골을 넣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넣었다. 다만 경기는 3대5로 패했다. 이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호주가 일본을 상대로 3대1로 승리했다. 또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일본이 덴마크에 3대1로 이겼다.
그 외에는 3골을 넣은 경기가 없다. 만약 2골을 넘어 3골 및 그 이상을 넣었다면 월드컵 성적을 바꿨을지도 모르는 경기는 최근을 살펴보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 대 나이지리아의 2대2 무승부가 있다. 당시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이겼더라도 2승 1패를 기록, 3승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로 우루과이를 만나야했긴 하다. 그러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승리를 더 챙김으로써 팀 분위기가 달라졌을 수 있다.
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일본 대 세네갈의 2대2 무승부 및 16강전 일본 대 벨기에의 2대3 패배가 있다. 일본은 만일 세네갈을 이겼을 경우 2승 1무로 콜롬비아를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랬다면 16강전에서 잉글랜드를 만났다. 일본이 벨기에와의 경기 후반 피지컬에 무너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잉글랜드의 피지컬은 상대하기가 좀 더 나았다. 또는 16강전에서 벨기에를 상대로 무승부 및 연장전에 승부차기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다.
유럽'남미'북미의 국가들은 월드컵에서 수시로 대량득점을 하고 있고, 아시아의 비교 대상인 아프리카의 경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가 한국을 대상으로 4대2로 이기면서 4골 득점 기록을 쓴 바 있고, 이따금 3골도 기록해왔다.
이는 그동안 아시아에서 세계적 스트라이커가 거의 나오지 않은 것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유럽'남미'북미'아프리카에서는 세계적 스트라이커가 꾸준히 등장해 유럽 프로축구리그에서 선전하고, 월드컵에서도 자국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한국에도 차범근정도가 있긴 했지만, 월드컵 득점과는 인연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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