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번 타자 김상수, 이대로 괜찮을까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4회초 삼성 김상수가 내야 안타를 치고 있다. 김상수는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다쳤고 이 때문에 5일 1군에서 말소됐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4회초 삼성 김상수가 내야 안타를 치고 있다. 김상수는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다쳤고 이 때문에 5일 1군에서 말소됐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은 선발 라인업 두 번째 자리에 김상수를 주로 놓고 있다. 그러나 페넌트레이스 중반을 조금 지난 현재까지 '2번 타자' 김상수의 성적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진루타 하나도 제대로 때려내지 못하며 맥없이 물러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고, 삼성 타선은 남부럽지 않은 클린업 트리오를 보유하고도 득점 생산에 번번이 실패, 리그 9위 추락 위기까지 내몰렸다.

4일 현재 리그 주전 2번 타자(타석수 기준) 10명 가운데 김상수는 타율(0.269) 8위, 출루율(0.315) 10위, 장타율(0.380) 8위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돼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는 KBO리그의 '타고투저' 흐름 속에 2번 타자의 역할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프로 데뷔 이래 줄곧 9번 타자로 뛴 김상수는 이를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것처럼 보인다.

보다 냉정히 말해 김상수는 '작전형 2번 타자'라는 전통적인 관점과 '강한 2번 타자'라는 현대적인 관점 모두에서 낙제점에 가깝다. 1번 타자의 득점권 진루에 목숨을 거는 '작전형 2번 타자'의 경우 출루, 선구안, 번트 및 도루 능력이 중시된다. 그러나 4일 삼성의 선발 라인업 9명 가운데 김상수는 출루율(0.315) 8위, BB/K(볼넷/삼진, 0.27) 8위, 번트 성공률(57.1%) 꼴찌, 도루 성공률(66.7%) 7위로 작전은커녕 출루조차 못하고 있다.

기존 3~5번이 맡았던 클린업 트리오를 2~4번으로 앞당긴다는 의미의 '강한 2번 타자'로 김상수를 평가하면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김상수의 장타율은 0.380으로 팀 내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가운데 꼴찌이며, 심지어 1번 타자 박해민(0.412)보다도 낮다. '강한 2번 타자'의 전형으로 불리는 SK 와이번스의 한동민(0.574)이나 두산 베어스의 최주환(0.567)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올 시즌이 끝나고 FA에 재도전하는 김상수 본인에게도 2번 타자로서의 극심한 부진은 악재임에 틀림없다. 2번 자리가 몸에 맞지 않는다면 원래 자리인 9번으로 돌아가는 게 김상수 본인의 미래는 물론 팀에도 더 바람직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한수 감독의 타순 고집은 꺾이지 않을 기세다. 부임 첫해인 지난 시즌부터 김한수 감독의 타순 구상엔 '2번 타자' 김상수가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로 고정된 탓이다.

최근 KBO리그 트렌드는 잘 치는 타자가 한 번이라도 더 쳐야만 이길 수 있는 '다(多)득점 다(多)승리'다. 타순만 잘 짜도 한 시즌에 4승을 더 거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삼성 타선에 장타자가 많지 않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강한 2번 타자'는 애초 팀 내 최고 타자 두 명 가운데 출루율이 보다 높은 한 명을 2번에 전격 기용한다는 의미다. 김상수의 타순 조정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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