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아리 신임 교육감에겐 24시간이 모자라

태풍 쁘라삐룬 대책이 우선, 취임식도 취소
현안 풀려면 관행 탈피, 능력인사 시행할 것
답은 현장에 있어, 학생들만 보고 가겠다.

"교육학예의 발전을 위하여 경북도교육감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합니다."

부랴부랴 선서식 정도로 갈음했다. 취임식 취소는 당연했다. 신임 경북도교육감으로 4년을 선포하는 날이었지만 자연재해 앞에 취임식은 사치였다. 태풍 '쁘라삐룬' 대책이 급선무였다. 도민과 교육계 원로 등을 초청해놓고 취소하기 송구했지만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장학사로, 장학관으로, 교육정책국장으로 수년간 있었던 경북도교육청이건만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에게 첫 일주일은 일복이 제대로 터진 기간이었다.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이 2일 있은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이 2일 있은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관행을 탈피해야 합니다."

2일 오후 2시 취임식은 선서식 등으로 구색만 갖췄다. 취임식 대부분을 직원과 대화의 시간으로 채웠다. 학교 통폐합 문제, 행정 업무 경감, 공사립유치원 격차 해소 관련 등이 주제였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과감한 실행이 아쉬웠던 것들도 있었다. 반복되는 과제들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파묻혀 있었다.

특히 행정 업무 경감은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았음에도 상명하복식 조직문화 등에 가려 실행되지 못해 더욱 안타까웠다.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취임 첫날부터 파격적인 보고 방식을 요구했다. 실무 담당자가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과장 등 중간관리자들의 동석을 막았다. 업무 능력치를 뽐내보라는 의도였다. 취임 일성으로 공언한 파격인사, 능력인사는 취임 첫날부터 검증에 들어가고 있었다.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이 2일 오후 영주여고를 찾아 긴급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이 2일 오후 영주여고를 찾아 긴급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제공.

"현장 방문을 많이 해야죠. 답은 현장에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긴 다리로 겅중겅중 뛰다시피 걸어도 시간은 모자랐다. 분 단위로 쪼개야 전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2일 첫 출근과 동시에 시작했던 재난상황실 회의도 취임식을 마친 뒤 줄곧 이어갔다. 경북도내 모든 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브리핑 이후 핵심 사항을 정리했다.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체크해둔 곳은 학교와 접한 경사면, 빗길 위험구간 등. 남은 건 현장이었다. 여전히 바깥엔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취임 후 첫 방문지는 영주여고였다. 높이 5미터 이상, 길이 20미터 이상 옹벽이 있는 재난위험시설이었다.

이튿날인 3일에도 그는 현장으로 향했다. 포항이었다. 전날까지 충남 서산으로 접근할 것이라 예보됐던 태풍 경로가 급변한 탓이었다. 포항은 더더욱 마음이 쓰이는 곳이었다. 포항 지진 이후 시민들의 자연재해 트라우마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세화고로 향했다.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학부모회장, 학교운영위원장 등과 현장을 점검하고 학교 안전 확보 방안에 대한 의견을 담아 왔다.

"저희는 학생을 보고 갑니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교육입니다."

임 교육감은 특히 교육의 본질인 '학생 행복'을 고민하고 있다. 유·초·중·고 무상급식 확대,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 수학여행 등 현장학습비 지원 확대, 수업준비물 지원 확대 등 각종 무상교육 사업 부문으로 예산을 더 늘린다는 로드맵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서 나온 정책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경북도교육청은 교육시설 환경 개선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고 어느 정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40년 교육전문가라고 하지만 교육감은 초보입니다. 겸손한 자세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현장 중심 교육 행정을 추진하겠습니다.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삶과 미래를 책임지겠습니다. 경북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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