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항목이 큰 틀에서 현행과 같이 유지될 전망이다. 학생부 기재항목 11개 중 소논문과 진로희망 2개 항목만 삭제하고, 나머지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결국 사교육의 개입을 막고 기재에 따른 불만을 줄이기 위해 공을 들였던 학생부 개선이 용두사미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교육부는 학생부 신뢰도 제고를 위한 정책숙의 시민정책참여단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내놓은 권고안을 12일 발표했다.
◆교육부 정책숙려 1호, 결국 용두사미로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은 교육부 정책숙려 대상 1호다. 시민참여단은 학생·학부모·교원·대학관계자 등 총 100명으로 구성됐으며 두 차례 숙의(합숙회의)를 거쳤다.
참여단은 지난달 1차 숙의에서 수상경력, 창의적 체험활동 중 자율동아리와 소논문, 봉사활동 실적과 특기사항,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기재범위 등을 '쟁점항목'으로 놓고 집중 논의했다.
참여단은 모든 교과 소논문활동을 학생부에 적지 않는 데 합의했다.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높아지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소논문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소논문 대필까지 벌어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특정 학생에 상 몰아주기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지적받는 수상경력 기재를 두고 참여단은 "기재하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자율동아리 항목은 "현행처럼 적되 (동아리) 가입을 제한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만 학생부에 기재하라"고 했다. 동아리 활동이 학생부에 반영되다보니 부모가 동아리 활동에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봉사활동 실적은 교내·교외활동 모두 적자는 것이 참여단 권고였다. 또 현재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영역의 한 항목인 봉사활동 특기사항(500자)은 적지 말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라고 했다.
참여단은 담임교사나 교과 교사가 적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지금처럼 재능이나 특기가 관찰되는 경우 기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밖에 진로희망을 삭제하고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중 특기사항 기재분량을 3천자에서 1천700자로 줄이는 데는 합의가 이뤄졌다.
한편 교육부는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학생부 개선안을 이달 말까지 확정해 내달 대입제도 개편안과 함께 발표하기로 했다.
◆교사, 학부모들 "학생부 불신 여전할 듯"
이번 발표를 접한 교사와 학부모들은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들어주지도 못하고, 학생부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가라앉히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의 한 사립고 진학부장은 "세부능력특기사항, 수상경력, 자율동아리 기재 사항 개선이 핵심인데 모두 빠졌다"며 "소논문을 제외하고 이번 권고안은 대학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준 것 같다. 학종을 중시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학생부를 간소화하면 학생 선발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교사도 "창체활동 기재 분량을 줄였다고 해서 교사 업무 경감이 되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없애든지 내용을 요약해서 적어 넣기가 힘들다"고 했다.
학생부의 사교육 영향력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고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과목별 과제발표도 학원 선생님의 코칭을 받아 주제와 발표 내용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앞으로는 소논문 대신 보고서 대체가 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성구의 다른 학부모는 "학생의 자질을 부각할 수 있는 것은 세특과 수상경력이기에 여기에 더 집중할 것 같다. 앞으로는 학생부를 기재하는 학교의 퀄리티가 더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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