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허가 공사에 몸살 앓는 앞산…전망대 식당 환경훼손 논란

남구청은 “개보수 허가 신청없었다”며 수수방관

13일 오전 11시 대구 남구 앞산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인근 식당은 리뉴얼 공사로 뼈대만 남아 있다.
13일 오전 11시 대구 남구 앞산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인근 식당은 리뉴얼 공사로 뼈대만 남아 있다.

대구 앞산 정상에 자리잡은 전망대 식당이 무허가로 개·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환경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도시자연공원 내에 있는 건축물을 수선할 때는 해당 기초자치단체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아무런 행정 절차도 거치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더구나 이 식당은 지난 30여년 동안 오·폐수를 그대로 산에 버려왔고, 개·보수 과정에서도 오수처리시설이 제외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13일 오전 남구 앞산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승강장 곳곳에는 '내부 공사로 식당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식당은 뼈대만 남기고 모두 철거했을 정도로 대규모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1층 식당은 다 고치고, 2층에는 음료 마시는 공간을 새로 짓는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앞산케이블카 전망대 식당 보수공사는 D개발이 이달 초부터 진행 중이다. 이 업체는 앞산케이블카를 운영하며 식당도 직영할 계획이다.

문제는 식당 보수공사가 관할 지자체인 남구청에 신고조차 안된 무허가 공사라는 점이다. 공원녹지법에 따르면 도시자연공원 내에 있는 건축물을 수선하려면 자연환경이 파괴되지 않는 안의 범위에서 진행돼야하고, 해당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대구앞산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에야 공사 사실을 알게 됐다" 면서 "따로 연락해 온 것이 없어 남구청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구청은 공사 내용이나 기간, 규모와 시설물 등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남구청 관계자는 "도시자연공원 내에 있는 건축물이기 때문에 신고대상"이라면서도 "허가 신청이 들어온 적이 없어서 허가를 내준 적도, 점검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앞산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밑으로 10여 m 이어진 검은색 플라스틱 배관 끝 지점. 최근까지도 폐수를 방류한 탓에 나뭇가지를 치우니 악취가 진동했다.
앞산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밑으로 10여 m 이어진 검은색 플라스틱 배관 끝 지점. 최근까지도 폐수를 방류한 탓에 나뭇가지를 치우니 악취가 진동했다.

식당 개·보수 과정에서 오폐수 정화시설이 제외됐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앞산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아래로 내려가자 검은색 플라스틱 배관이 산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얕게 묻힌 배관을 15m 가량 따라가자 나뭇가지로 가려진 배출구가 드러났다. 배출구 아래쪽 흙은 검게 물들어 있었고,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주변에는 온갖 벌레도 들끓었다.

과거 이 식당을 운영했다는 A씨는 "케이블카를 이용해 정상 식당으로 물을 실어날라서 영업을 하고 오·폐수는 고스란히 앞산으로 흘려보냈다"고 털어놨다.

이 곳은 그동안 하루에 발생하는 오수량이 2천 ℓ 이하라는 이유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대구환경청은 2014년 이 식당을 조사한 뒤 오수 발생량이 적더라도 환경 오염 우려가 크면 정화처리 후 방류하도록 남구청에 권고했다.

그러나 식당은 그동안 별다른 조치없이 최근까지 오·폐수를 그대로 방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식당을 개·보수하고 있는 D개발측도 오수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D개발 관계자는 "허가 신청 여부나 오수처리시설 등의 문제는 잘 모르겠고, 답변하기 어렵다"는 답만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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