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이정환의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

퇴임 앞두고, 아이들과의 소중한 약속 지켜

일락일락 라일락/ 이정환 지음/ 양상용 그림/ 푸른 책들 펴냄

"선생님! 어른들을 위한 시조 말고 우리들을 위한 시조를 써주세요."

동시조집
동시조집 '일락일락 라일락'

이정환 시조시인(두산초교 교사)이 초등학교 교사 정년퇴임을 앞두고 아이들을 위한 동시조집을 펴냈다. 20년 전, 대구 율하초교 교사 시절 한 아이로부터 "선생님! 우리들이 잘 알 수 있는 동시조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래~ 이제 내가 너희 눈높이에 맞는 시조를 한번 써볼께"라는 다짐을 하고 첫 동시조집 '어쩌면 저기 저 나무에만 둥지를 틀었을까'(만인사, 2000)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저자의 동시조집들(친구야! 눈빛만 봐도, 혀 밑에 도끼 등)중 몇몇 동시조는 국정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수작들이 많이 탄생했다. 그는 "단순한 운율에 반복되는 단어들을 사용하면서도, 어른들이 봤을 때도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동시조를 만들려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저자에게 이번 동시조집에서 딱 한편만 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하자, "물과 얼음"(p 83)을 지목했다. "먼저 얼지 않으려고 한참 몸싸움하다/ 힘이 조금 모자란 물 얼음이 되었대요/ 어쩌나 힘센 물은 그만 얼음 밑에 갇혔대요" 이 시조에 약간의 해설을 덧붙이자면, 서로 얼지 않으려고 아둥바둥 싸우는 얼음은 서로 지지 않으려 경쟁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있다. 또, 힘센 사람이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약한 사람을 얕보다 갇힌 꼴이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제1부 나무가 하늘 속으로(더없이 푸른 말들, 누군가를 아는 일, 라일락, 난초꽃 세 송이 등) ▷제2부 봄봄(이리 온 예봄아, 돌과 꽃잎, 봄비는 속살거리지, 호랑가시나무 아래 호랑이는, 가을 사마귀 등) ▷제3부 히말라야 오르고 싶어(히말라야 시다, 탱자나무, 싸리나무, 플라타너스, 참 좋은 때 등) ▷제4부 이마 맞대면(찬양, 한순간, 연필과 시은, 초침과 시간, 공의 발은 길어요, 피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시인의 말'을 통해 "아이들과 지내온 지 어언 마흔 해가 훌쩍 넘었다"며 "이 모든 일이 모두 기특한 제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같은 눈높이로 관찰한 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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