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소 화백의 초대전이 우손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 화백은 캔버스와 물감 대신 신문지에 볼펜과 연필로 작업한다. 신문지를 접은 뒤 그 위에 볼펜과 연필로 수천, 수만 번 선을 그어 작업한다. 얼핏 얇은 철판처럼 보이기도 하고 검은색 광목 같은 느낌도 난다. 찢겨 나간 곳도 있고 타버린 재 같기도 하다. 그러나 자세히 드러다보면 철판이나 광목 같은 느낌은 나지 않는다. 하늘거리면서도 결이 살아 있는 모습은 종이가 틀림없다. 최 화백은 이런 작업을 40여 년이나 했다.
연필이나 볼펜으로 신문지에 선을 긋는 행위는 신문기사 하나하나를 지워나가는 작업이다. 그것은 1970년대에 신문이 제대로 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된 논조로 지면을 가득 채워 놓은 것에 반발해 그걸 지워나가는 그만의 행위 예술이다. 최 화백은 버려지는 신문지에 선 긋기라는 행위로 사회를 지우고, 채웠다. "유신시대 땐 신문을 보면 볼 기사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최 화백은 "신문을 지우는 일은 나를 지우는 일"이라고 했다. 지우는 것은 생각을 비우고 생각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지우는 것처럼 맘 편한 게 없고 비우는 것처럼 홀가분한 게 없다"고 했다 오랜 시간동안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신문을 지운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신문지는 본래의 모습과 달리 먹지처럼 새까맣게 된다. 눈으로, 머리로, 가슴으로 하는 작업과 달리 그는 몸으로 작업한다. 매일 반복되는 작업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그는 "지루함을 몸으로 견뎌내는 것이 나의 작업"이라고 했다.
이은미 큐레이터는 "작가의 창조적 의지에 의해 끝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노동과 시간은 예술적 실천으로써 작품 한 점 한 점 속에 축적돼 하찮은 일상적 대량 생산물에 유일한 가치를 부여하고 일시적인 것을 영원히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최 화백은 이러한 예술적 실천을 끝없이 반복되는 노동과 시간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빌려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9월 29일(토)까지. 053)427-7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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