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열정적인 지자체 공무원들

블루로드를 만든 사람 등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부산 해운대에서 강원도 고성을 잇는 770㎞ 해안에 조성된 걷기 좋은 길의 이름은 '해파랑길'이다. 그 중 가장 먼저 시작됐고, 가장 예쁜 길이 영덕해안에 조성된 '블루로드'(64.6㎞)이다. 이 길은 2015년부터 3년연속 소비자선정 최고브랜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자연경관을 잘 살린 길이다.

이 길이 만들어진 계기가 재미있다. 제주 올레길이 한창 인기몰이를 할 무렵. 문화관광부의 전국 올레길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해안올래길을 만들고 싶었던 경북도는 해안을 접한 시군들에게 정식 공문에 앞서 전화를 했다. 국도비를 보내주려 하는데 해변산책길을 만들 의향이 있느냐는 것. 한 지자체는 전화를 받은 곳에서 "그럴 계획이 없다"고 했단다.

포항시에서는 전화를 받은 부서가 "우리는 주무과가 아니니 다른 과로 돌려주겠다"고 했고, 우여곡절 끝에 관광과로 연결돼 3억원의 예산을 받았다. 이 돈으로 호미곶 경관조명 사업을 했다고 한다.

영덕군은 달랐다. 경북도의 전화를 받은 당시 영덕군 문화관광과 강영화 관광개발계장(현 상수도계장)이 "빠른 시일내 도청으로 가서 설명드리겠다"고 말한 뒤 상부에 보고했다. 군에선 바로 프로젝트팀이 가동됐다. 해안선을 꿰뚫고 있던 강 계장이 중심이 돼 특별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군의 신속하고 치밀한 사업 방안과 추진의지에 감동한 경북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그해 경북도에 배정된 올레길 조성 예산 대부분을 영덕군에 지원했다. 그 결실이 맺어져 오늘날 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블루로드가 탄생했다.

2012년 포항시 관광과에 '충남'북'대전 시군연합노래교실' 운영자가 전화를 해왔다. 몇 군데 지자체로부터 거절당한 후 포기하는 심정이었다. 노래교실 단원들이 방문하면 식당소개와 함께 뒷풀이 공연 공간을 제공해줄 수 있느냐고 했다. 전화를 받은 당시 편장섭 관광마케팅계장(현 효곡동장)은 "어서 오시라"는 답변을 했고, 주말 포항을 찾은 그들에게 시청옆 복지동 공간을 제공했다. 포항을 찾아준 것이 고마워서 인솔자, 노래교실 담당자 등 3명에게 포항시장 명의의 감사패도 전달했다. 그렇게 들어간 돈은 10만 원정도.

대신 대형관광버스 25대에 나눠타고 온 1천여명이 포항에 뿌린 돈은 1인당 식사비 1만원만 잡아도 하루 1천만원. 즐길 줄 아는 노래교실 단원들이 포항까지 찾아와서 단순히 식사만 했을까.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정무부지사 시절 '단순히 고위공무원들의 명함 관리용 자리에 머물던 정무부지사 자리'를 '일하는 자리'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그는 잠시도 자리에 앉아 있지를 못했다.

특히 투자 유치를 위해 국내외를 훑고 다녔다. 해외 투자자가 국내로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어떤 수를 쓰더라도 만났다. 2007년 재일교포 파친코 재벌인 마루한의 한창우 회장이 고향(경남 사천)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당시 김관용 도지사를 모시고 김해공항에 가서 플래카드를 내걸고 환영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열정이 그를 시도민들의 주목을 받게 했고, 국회의원 3선을 거쳐 경북도지사로 우뚝 서게 했다.

위 사례들은 철밥통 공무원과 열정적 공무원이 낳은 극명하게 다른 결과다. 민선 7기에는 열정공무원이 많아지는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경북도가 이달말이나 8월초 국장, 부단체장, 서울지사장 인사를 실시한다. 벌써부터 특정인의 공모직 내정설 등이 나오긴 하지만 열정적으로 일한 덕분에 그 자리에 선 이 도지사가 능력보다 정실인사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철우 도지사호 운항을 책임질 열정적 공직자들의 면면이 기대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